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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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재원 최고위원 잇단 설화, 한 달 활동중단으로 끝낼 일인가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그제 “4월 한 달 동안 최고위원회 참석 및 모든 공개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보통 3·1절과 8·15광복절 정도 참석하는데 (제주)4·3기념일은 이보다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 내지는 추모일”이라고 한 발언이 또다시 문제가 되자 활동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지난달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통해 최고위원에 선출된 지 거의 한 달 만이다. 100% 당심으로 뽑힌 김 최고위원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김 최고위원의 실언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달 12일 전광훈 ‘사랑의 제일교회’ 목사가 주관하는 예배에 참석해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헌법에 수록하는 것에 대해 “그건 불가능하다. 나도 반대다. 표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판다는 게 정치인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40년이 지난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5·18 정신의 헌법 수록을 대선공약으로 발표한 걸 몰랐단 말인가. 김 최고위원은 당 안팎에서 논란이 일자 사과를 했고, 그의 설화 행진은 여기서 그칠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달 25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한인단체 북미자유수호연합이 개최한 행사에 초청 연사로 나선 자리에서 “전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했다”고 치켜세웠다. 아무리 전당대회 선거에서 전 목사의 도움을 받았다고 해도 이렇게 얘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그의 얘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전 목사가 국민의힘을 장악했다는 말 아닌가.

집권 여당의 최고위원 정도면 앞뒤를 가려 발언하는 것이 기본인데 실언을 밥 먹듯 한다. 한 달 자중한다고 언품이 높아질 리 만무하다. 이런 데는 사안을 가볍게 보는 당 지도부의 책임도 없지 않다. 문제가 처음 발생했을 때 당 차원의 강력한 경고를 했다면 이 정도로 사태가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지금 국민의힘은 지지율이 추락하는 위기 국면이 아닌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민생을 살피고 돌봐야 할 집권 여당 지도부의 일원이 불필요한 분란을 야기하며 국민과 당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경고하며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이 정도로 끝낼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 최고위원은 앞으로 한 달을 집권당 최고위원 자격이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