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어교육이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할 때라고 봅니다.”
한국어교육 전문가인 조남민(사진)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최근 10년 사이에 해외에서 한국어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언어학을 전공한 그는 선문대, 경희대 등에서 유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왔고, 현재는 한국기술대에서 외국인 학생을 위한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조 교수는 “한국학이 외국에서 얼마나 영향력 있는지 보려면 대학에 얼마나 설치됐는지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만 해도 외국 대학에선 일본학·중국학 수요가 많은 반면 한국학은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에 많은 대학에 한국학과가 설치됐고, 특히 프랑스 등 유럽에서 수요가 많이 늘었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사우디아라비아에 2년 정도 있었는데, 그곳에서도 한국 드라마·영화를 보고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 많아 놀라웠다. 딸 친구 중 BTS(방탄소년단)를 모르는 아이가 없었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또 “예전에 한류열풍이 있을 때마다 ‘거품일 것이다, 5년 뒤면 사라질 것이다’란 얘기가 나왔지만 20년간 이어져 왔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런 한국에 대한 관심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BTS 등으로 생긴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그냥 ‘한국 좋다’로 끝나지 않고 한국어에 대한 관심, 더 나아가 외국의 우수 노동력을 끌어들일 수단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대 지원은 시급한 문제다. 조 교수는 외국인 유학생 역시 서울 등 수도권 쏠림현상이 있는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도권 대학은 유학생 수요가 넘치지만 지방은 대학이 죽고 있다. 유학생 유치에서 서울권과 지방대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에서 특화된 교육 하는 거점대학 등이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성화대학의 경우 기술을 배운 뒤 한국에 취업해 살고 싶은 유학생들도 많이 오는 만큼 영주권 제도도 완화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조 교수는 “현재 한국어교육은 다문화가정, 이주민 여성의 중도입국자녀 등의 문제가 얽혀 있어 교육부뿐만 아니라 법무부, 문화체육부, 여성가족부, 외교부 등 여러 부처가 담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입되는 재원에 비해 중복지원이나 통합연계 측면이 부족해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한국문화 좋다’는 식의 접근은 끝났고, 이런 관심을 어떻게 이끌고 학문화할 수 있을지 정부가 ‘넥스트 스텝’을 밟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우리는 다문화사회로 진입해야 하는 단계”라며 “유학생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늘리고, 이들이 한국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