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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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징수법상 사해행위 취소 소송도 민법상 제척기간 적용 [알아야 보이는 법(法)]

채권자취소권이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 자기의 일반재산을 감소시키는 행위를 했을 때 이를 취소해 채무자의 재산을 원상회복시킴으로써 모든 채권자를 위해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보전하는 권리를 말합니다. 채권자취소권은 이미 행해진 채무자의 재산처분 행위의 효력을 부인하고 수익자 또는 전득자로부터 그가 취득한 재산을 회수하는 것을 본질적 기능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3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고 자칫 거래의 동적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으므로 그 운영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채권자취소권은 민법 제406조 제2항이 정한 제척기간이 경과하면 그 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됩니다. 채권자취소의 소는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법률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 내 제기해야 합니다(민법 제406조 제2항).

 

제척기간의 기산점인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이라 함은 채권자가 채권자취소권의 요건을 안 날, 즉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 사해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채무자가 재산의 처분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구체적인 사해행위의 존재를 알고, 채무자에게 사해 의사가 있었다는 사실까지 알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채권자가 수익자나 전득자의 악의까지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2000다3262 판결 참조).

 

채권자가 ①취소의 대상인 법률행위의 존재를 인지하고 ②그 법률행위로 책임재산이 부족하게 된다는 점(사해성)을 인지하고 ③채무자의 사해 의사까지 인지해야 비로소 취소원인을 알았다고 할 수 있고, 여기서 더 나아가 ④수익자나 전득자의 악의까지 알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한편 민법의 채권자취소권 제도에 대한 세법상 특칙으로서 국세징수법상의 사해행위취소권(제30조), 국세기본법상의 통정허위표시에 의한 담보설정행위 취소권(제35조 제6항)에 관한 규정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법상 사해행위취소 소송도 민법 제406조 제2항의 제소 기간 내 제기되어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세법상 사해행위취소 소송 역시 민법 제406조 제2항의 제소 기간 내 제기되어야 합니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1다288020 판결 참조).

 

위 판결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소외인은 사실상 유일한 재산인 쟁점 부동산을 배우자인 피고에게 2018년 11월2일자 증여를 원인으로 2018년 11월5일 소유권이전 등기를 마쳐 주었습니다. 부산지법이 이듬해 1월8일 소외인에 대하여 관세법 위반죄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및 12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 추징금 1억4288만300원을 선고하자 원고는 그해 1월28일 부산지법에 소외인에 대한 추징보전명령을 청구했고, 부산지법은 2월15일 쟁점 부동산에 대해 추징보전 결정을 했으며, 위 추징보전 결정에 기해 2월21일 가압류 등기가 마쳐졌습니다. 소외인은 위 부산지법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법원에서는 4월25일 기각 판결을 선고했으며, 위 판결은 5월2일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원고는 2020년 2월24일 피고를 상대로 사해행위취소의 소를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추징금 재판은 민사집행법에서 정한 집행절차 또는 국세징수법에 따른 국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집행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477조 제3항, 제4항), 추징금 납부 의무자가 납부를 피하기 위하여 한 재산의 처분 기타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에 대하여는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 청구를 할 수 있는데(국세징수법 제25조), 이와 같은 국세징수법 제25조에 의한 사해행위취소의 소도 민법 제406조 제2항에서 정한 제소 기간 내 제기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다215756 판결 참조)는 법리를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소외인의 관세법 위반의 범행 및 공소의 제기에 따라 추징을 포함한 유죄 취지의 1심 판결이 2019년 1월8일 선고된 뒤로 원고가 추징보전명령을 청구한 같은해 1월28일 무렵에는 소외인이 사실상 유일한 재산인 쟁점 부동산을 배우자인 피고에게 증여해 추징금 채권의 회수가 어려워지는 등 채권자의 공동담보에 부족이 생길 수 있음을 원고가 알았던 것으로 볼 수 있어 민법 제406조 제2항에서 정한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인 2019년 1월28일부터 1년의 제척기간이 도과된 뒤 제기된 이 사건 사해행위취소의 소는 부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김지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jieun.kim@barunlaw.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