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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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국’이라는 애플의 복잡하고 비밀스러운 도박

미·중 무역 긴장 고조에 애플의 탈중국 필요성 대두
중국의 보복·불매 운동 등 우려… 신중하게 진행 중
애플, 인도서 더 넓은 범위의 부품·제품 생산 기대

애플이 ‘탈중국’을 위한 다각도 검토에 나섰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 생산 기지를 추가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애플은 결국 인도의 비중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시간) ‘중국을 벗어나기 위한 애플의 복잡하고 비밀스러운 도박’이라는 기사에서 이같이 전망하며 애플은 인도에서 더 넓은 범위의 부품과 제품을 만들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31일 서울 강남구 애플스토어 강남에서 정식개점 시간에 앞서 한 외국인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애플은 지난 20여년 간 중국에서 거대한 생산 라인을 구축해 다양한 비즈니스 파트너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팀 쿡 CEO의 경력에서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는 다른 미국 회사에 비해 이례적으로 애플과 중국 사이에 긍정적인 관계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 본토에는 40개 이상의 애플스토어가 있으며, 애플은 대만과 홍콩을 포함한 지역에서 매출의 거의 20%를 끌어온다.

 

애플의 탈중국 필요성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대두됐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덮친 뒤 중국의 문이 걸어잠기자 필요성이 더욱 심화했다. 애플의 운영에 정통한 익명의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팀 쿡 CEO가 베이징을 방문한 기간에도 애플 경영진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애썼다고 전했다.

 

애플은 아이폰과 액세서리를 인도에서, 에어팟과 맥 어셈블리는 베트남에서, 일부 맥은 말레이시아, 비교적 생산이 쉬운 아이맥은 아일랜드에서 각각 생산하고 있다. 애플은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는 대만 의존도를 줄이는 방법도 찾아나섰다. 대만 TSMC는 애플의 모든 제품에 사용되는 칩을 제공한다. 애플은 현재 미국 애리조나의 TSMC 공장에서 소수의 칩을 생산할 준비를 하고 있지만 대만의 생산량만큼의 대안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다만 애플의 탈중국은 신중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 지도부는 중국에서 너무 많은 생산량을 다른 나라로 빼가거나 너무 빠르게 전환할 경우 중국의 보복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민족주의가 고조되는 중국 분위기를 감안하면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까지 불을 지필 수 있다.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의 제조업 현황을 고려할 때 품질이 보장될지도 걱정거리인데다 제품 질이 떨어지면 사내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3월 25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운데)가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중국발전고위급포럼’의 한 세션에 참석한 뒤 행사장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제조·조립 공장을 이전하기 위한 애플의 실험은 10년 이상 진행돼 왔다. 2012년 애플은 최대 계약업체인 폭스콘과 제휴해 수입품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브라질에서 일부 아이폰 모델을 만든 바 있다. 이듬해에는 국내의 정치적 압력에 대응해 텍사스 공장에서 맥 프로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시도들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

 

유의미한 변화는 애플이 인도에서 저가형 아이폰을 만들기 시작한 2017년부터 시작됐다. 이때부터 서서히 발전해온 인도에서의 생산은 중국 이외 지역에서 애플의 대표적인 제품들을 만들기 위한 기반이 되고 있다. 애플은 코로나19 초기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지난해 4분기 중국이 도시 간 이동을 봉쇄하자 세계 아이폰 출하량의 70%를 담당하는 포스콘 정저우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탈출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신규 고용한 인력 3만명도 공장을 나가자 공장 가동이 사실상 중단됐고, 이는 아이폰 14 시리즈 출하량 미달로 이어졌다.

 

이같은 문제는 애플이 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했고, 생산기지를 다각화하려는 기존 생각에 확신을 갖는 계기가 됐다. 애플은 이미 인도에서 장치를 만들기 위해 대만의 주요 파트너인 폭스콘, 페가트론, 위스트론 등 3개 업체를 접촉했다. 또 최근 인도에 아이폰 외장재를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전체 제품을 조립하기 위한 추가 핵심 공급업체 타타를 영입했다. 제품 조립뿐만 아니라 부품 생산도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기존 인도 협력사들과 아이폰 충전기, 케이블, 박스 등의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아이폰 14. 연합뉴스

지난해 2억대의 아이폰 중 650만대 이상을 인도에서 생산한 애플은 올해 인도에서 100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에는 1500만대까지 생산을 늘릴 수 있다는 예측과 애플이 공격적으로 움직일 경우 2025년까지 아이폰 생산량의 25%를 인도로 옮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인도 뭄바이 애플스토어의 외관 디자인을 공개했다. 인도에 생기는 첫 애플스토어 오프라인 매장으로, 아직 정확한 개장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달 말쯤 문을 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