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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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추모 열기 확산…노란 리본 물결 속 시장(市長)은 해외 출장

오는 16일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열기가 확산하고 있다. 희생자들의 이름을 적은 현수막을 내걸고 다시 노란 리본을 다는 등 우리 사회의 ‘무관심’이 불러온 참사를 반성하며 유가족의 아픔을 달래려는 것이다. 경기 안산시에선 단원고 유가족들이 주축이 된 추모행사가 예정된 가운데 시장이 추모식 전날 해외 출장길에 올라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세월호 참사 9주기 시민대회를 마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서울역 일대를 지나 세월호기억관이 있는 서울시의회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뉴스1

◆ 전국 지자체·교육청 ‘노란 리본’ 물결…안산시장, 추모식 당일 獨 공원 방문 일정

 

9일 시민사회단체 등에 따르면 4·16연대는 전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9주기 추모집회를 열고 “생명안전기본법 제정과 중대재해조사위원회 설치와 함께 세월호 참사 피해자에 대한 혐오와 2차 가해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다.

 

숨진 안산시 단원고 학생들의 관할 교육청인 경기도교육청도 이달을 ‘노란 리본의 달’로 지정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이 기간 도교육청 직원들은 노란 리본을 착용하고 추모 글 남기기와 추모 사이렌 울림, 묵념 등을 이어간다. 일선 학교에선 4·16 교육자료를 활용해 안전수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4·16민주시민교육원은 단원고 희생자 추모 공원 방문과 4·16기억교실 탐방, 유가족이 그린 작품 전시 등을 하고 있다. 민주시민교육원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옛 안산교육지원청 자리에 세워진 도교육청 직속기관이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전날 4·16가족협의회를 방문하고 민주시민교육원의 기억교실을 둘러봤다. 전자방명록에는 “언제까지고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간담회에선 2013년 병마로 먼저 떠나보낸 큰아들을 떠올리며 유가족과 함께 눈물을 쏟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영원히 기억될 추모시설 건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4·16 기억교실 방문한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동연 지사 SNS 캡처

◆ 제주 청소년 1박2일 진도行…김동연, 아들 그리며 함께 눈물

 

전국 곳곳의 시민사회단체, 지자체들도 속속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제주에선 14일부터 사흘간 세월호제주기억관 9주기 준비위원회가 분향소 설치와 공모전, 전시·공연 등의 행사를 이어간다. 일부 지역 청소년들은 숨진 단원고 학생들을 기리기 위해 제주에서 진도항으로 향하는 배를 타고 1박2일간 추모여행길에 오른다.

 

광주광역시 남구는 인근 광장에서 대규모 추모행사를 여는 등 12∼16일 추모 기간을 운영한다. 청사 1층에는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적은 대형 현수막이 걸리고, 헌화 장소가 마련된다.

 

이런 가운데 단원고가 있는 안산시의 이민근 시장은 추모식 전날인 15일 8박 9일 일정의 해외 출장길에 오른다. 이 시장은 추모식 당일 독일 하노버의 유명 정원을 돌아볼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추모식에는 국무총리나 장관급 각료들이 대거 불참할 예정인 가운데 시민사회단체와 유가족들은 “상주 없는 행사가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의도적 불참 아니냐”는 비난도 나왔다. 4·16안산시민연대는 지난달 29일 성명을 내고 “진정한 애도와 피해자의 고통에 손잡는 것이 시장의 책무”라고 비판했다.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일주일 앞둔 9일 오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에서 선상 추모식이 열렸다. 세월호 참사 발생 지점을 표시한 노란 부표가 바다 위에 떠 있다. 뉴스1

이 시장은 자유한국당 안산시장 후보로 활동하던 2018년 한 집회에선 세월호 추모시설을 납골당에 비유하며 화랑유원지 안에 봉안시설 설치를 반대해 유가족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 시장은 지난 3일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 “거듭 숙고했지만 (하노버 산업박람회 참관) 일정을 맞추기 위해 부득이하게 하루 전날 출발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사과했다. 


수원·안산=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