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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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당 3역 모두 영남·전광훈 논란… 與, 중도 확장은 포기했나

중도층·수도권 표심과 멀어져
지지율 하락·재보선 패배 자초
차가운 민심 헤아려 변화해야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힘은 말 그대로 위기다. 3·8 전당대회 이후 한 달이 넘었지만 컨벤션 효과는커녕 지지율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7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 결과 전당대회 직전 민주당보다 10%포인트 이상 앞서던 국민의힘 지지율은 1%포인트 낮아져 32%에 그쳤다. 국민의힘은 4·5 재보궐선거에서도 완패했다. 김기현 대표 지역구가 있는 울산 기초의원과 교육감 선거에서 맥없이 무너졌고,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선거에선 8% 득표로 5위에 그쳤다.

지지율 하락과 재보선 패배는 국민의힘 스스로 초래한 것이다. 김 대표는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다짐하고도 당의 요직을 친윤계 일색으로 채웠다. 신임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TK(대구경북) 3선’인 윤재옥 의원이 선출됐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이 모두 친윤 영남 출신으로 채워진 것이다. 오죽하면 “당 3역이 모두 영남권으로 채워지는 사상 초유의 구도가 되었다”는 개탄이 나오겠는가. 지금 당 지도부의 면면으로 내년 총선에서 어떻게 수도권과 다른 지역 유권자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극우 성향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둘러싼 잡음도 빼놓을 수 없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전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 통일했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제명을 촉구하자, 전 목사는 홍 시장에 대해 “홍준표 저거 탄핵하세요”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지지율 하락 등이 심상치 않자 이제서야 전 목사에 대해 “완전히 선을 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황교안 전 대표가 ‘전광훈 축출’을 주장했고, 윤 신임 원내대표도 “극우와 철저히 거리를 두겠다”고 했다. 전 목사와 확실히 선을 긋지 않으면 국민의힘은 중도층 표심과 더 멀어져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당 지도부의 부적절한 언행 역시 도를 넘었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캠페인을 제안해 빈축을 샀다. 야당의 포퓰리즘에 대응하려면 국민이 공감할 실효적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도리어 비웃음거리를 만들었다. 김 최고위원은 4·3 기념일과 5·18 정신을 폄훼하는 잇단 실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국민의힘은 차가운 민심을 헤아려 깊이 성찰하고 국민이 수긍할 만한 변화를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지리멸렬하면 내년 총선에서 매서운 심판에 직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