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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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전과 2범이 60대女 보행자 치어 숨지게 했는데… 법원은 ‘징역 3년’ 선고

사건 심리 맡은 법원의 법원장 출신 변호사 선임한 덕?
피해자 측 "돈 한푼 없어 합의금도 못 준다는 가해자 가족이 전관 변호사 선임"
‘보행섬’으로 돌진해 피해자를 들이받는 가해자의 승합차(왼쪽 사진). 승합차가 지나간 뒤 인도 바닥에서 흙먼지가 일고 있다(오른쪽 사진). 보배드림 영상 갈무리

 

음주운전으로 60대 여성 보행자를 현장에서 숨지게 한 가해자가 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아 유족 측은 물론 이 소식을 접한 이들의 공분을 샀다. 재판에 돌입하자 이 가해자는 이번 사건을 심리한 법원의 법원장 출신 인사를 변호사로 선임했다.

 

지난 5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음주 사망 사고인데 (가해자에게) 징역 3년 선고되었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제 주변에서 일어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할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이 말도 안되는 판결이 많은 분에게 널리 알려지기를, 그리고 2심 재판에서는 상식에 맞는 판결이 내려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글을 작성해본다”고 운을 뗐다.

 

이 글에 따르면 음주운전 사고 피해 사망자 A씨는 글쓴이와 절친한 친구의 어머니이다.

 

A씨는 지난해 6월16일 오전 11시56분쯤 대구 달서구 죽전동 죽전 네거리의 ‘교통섬’ 위에서 도보로 이동하던 중 가해자 B씨가 몰던 승합차에 치여 현장에서 숨졌다.

 

사고가 발생한 죽전 네거리는 대구 2호선 죽전역이 있는 지역으로, 인근에는 고층 아파트와 어린이집, 마트, 병원, 유명 브랜드 식당 등이 들어선 번화가다.

 

사고 후 사과는 물론이고 연락 한차례 없었던 가해자 측은 A씨의 장례식이 마무리된 뒤 상당 시일이 지나 유족에게 연락해 ‘당사자끼리 한번은 만나야 되지 않겠느냐’며 만남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A씨의 아들과 사위는 ‘당사자’라는 말에 진심어린 사과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자리로 나갔다고 한다.

 

그런데 가해자의 매형이라는 이는 마치 부하를 하대하듯 비스듬히 서 팔짱을 낀 채 “단도진입적으로 얘기해 우리는 가진 돈도 없고 아무것도 없으니 선처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가해자 측의 이러한 태도에 A씨 유족은 “사과 한마디 없이 이런 얘기를 할 거면 도대체 왜 불렀느냐”며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한다.

 

그 와중에 검찰이 B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그 후 지난달 30일 열린 재판에서 대구지법 서부지원 재판부(형사 2단독·부장판사 김여경)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 치사)으로 기소된 B씨에 대해 “사고 당시 피고인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56%로 매우 높았고,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 유족과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유족들이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아울러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 음주운전으로 2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에 피고인을 엄벌에 처할 필요성이 있다”며 징역 3년에 처한다고 판결했다고 한다.

 

앞서 검찰은 징역 7년을 구형했었다.

 

가해자 측은 재판 당시 “음주운전 2회 전력이 있지만 조심하며 살아왔다”면서 “사고일에 주량보다 훨씬 적은 소주 2병을 마셨지만 감기약을 같이 복용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의식이 혼미해졌다”고 변명했다.

 

그러면서 “돈을 구할 능력이 없어 피해자 유족에게 떳떳하게 나서 용서를 구하지 못했다”며 “아내가 많이 아파 수감생활을 하면 힘들어질 수 있다”고 선처를 요구했다.

 

이 판결에 분노한 글쓴이는 가해자가 전과자임에도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고 여겨 상대방 변호사를 검색해 알아봤고, 이 변호인이 대구지법 서부지원장을 지낸 판사 출신인 사실을 알아냈다.

 

글쓴이는 “돈 한푼 없어 합의금도 못 준다는 가해자 가족이 전관 변호사를 선임했더라”며 “그 가해자와 가족은 얼마나 기쁘겠느냐”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가해자 측은 재판 후 ‘3년 정도면 됐네’라는 소리도 했다”며 “저런 소리를 하는 가해자 측을 원망해야 하는지, 저런 얘기를 하게 만든 법원을 원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나아가 “지금 유족의 한을 풀어줄 방법은 가해자에 대한 엄벌 뿐”이라며 “2심에서는 보다 상식적인 판결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절박한 마음으로 글을 쓰게 됐다”고 글을 올린 취지를 설명했다.

 

한편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에서 산정한 위험운전 교통사고의 양형 기준에 따르면, 위험운전 치사의 경우 일반적으로 징역 2~5년이 선고되지만 가중처벌 기준에 해당되면 4~8년에 처해진다.


정재우 온라인 뉴스 기자 wamp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