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서 정부가 대규모 재정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1999년 예타 제도가 도입된 이래 기준이 조정된 것은 24년 만에 처음이다. 총선을 1년 앞둔 여야가 선심성 사업을 추진하고자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한 빗장을 스스로 풀었다는 평가다.
이날 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예타 대상 기준 금액을 현행 총사업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국가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한 기준도 경우 현행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완화하도록 했다. 특히 SOC 사업 범위의 경우 도로, 철도, 도시철도, 항만, 공항, 댐, 상수도, 하천 및 관련 시설에 대한 건설 공사로 규정했다.
개정안은 이르면 17일 기재위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여야 이견 없이 무난히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신동근 경제재정소위원장은 취재진에 “이미 작년 12월에 잠정 의결했던 내용”이라며 “정부도 동의해서 (이의 없이) 통과됐다”고 했다.
예타 면제 폭이 클수록 재정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여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재정준칙 도입안을 국가재정법 개정안과 연계 처리하려 했다. 그러나 여야 이견이 좁히지 않자 우선 예타 면제 기준부터 대폭 푸는 법안을 처리한 것이다.
남는 쌀을 정부가 예산을 들여 의무 매입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13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이 법은 당초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인 국민의힘 건의를 수용,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됐다. 양곡관리법 상정을 두고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