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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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이주민 급증에… 이탈리아, 비상사태 선포

1∼3월 2만6800명… 2022년比 3배 ↑
최근 3일 동안 3000명 이상 유입

지중해를 통한 아프리카계 이주민 유입이 이례적으로 급증하자 이탈리아 정부가 11일(현지시간)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안사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내각회의에서 넬로 무수메치 시민보호 및 해양부 장관의 건의를 받아 이같이 결정했다. 비상사태는 앞으로 6개월 동안 지속되며, 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위해 500만유로(약 72억4000만원)가 초기 자금으로 투입된다.

11일(현지시간) 새벽 이탈리아 남부 항구 크로토네에 이주민 500여명을 태운 어선이 입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비상사태 선포는 올해 들어 아프리카 북부에서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향한 이주민들이 부쩍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올 1∼3월 이탈리아 해안에 상륙한 이주민 수는 약 2만68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6400명)보다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특히 최근 3일 동안 3000명 이상의 이주민이 몰려들며 이탈리아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탈리아로 향하는 이주민이 갑자기 늘어난 주요 원인으로 날씨가 꼽힌다. 예년보다 기온이 높고 바람도 잔잔해 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는 데 이상적인 기상 조건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이유도 한몫했다. 아프리카 이주민은 보통 리비아나 튀니지를 유럽행 기항지로 삼는다. 그런데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이 지난 2월 “사하라 이남 국가에서 튀니지로 불법 입국하는 것은 튀니지 인구 구성을 바꾸려는 목적의 범죄 행위”라고 강력 비판하면서 이주를 계획하던 이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이어 튀니지 주민들 사이에서도 이주민 적대 분위기가 높아지자,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낡은 불법 선박을 타고 서둘러 튀니지를 떠나 이탈리아 등 유럽행을 택하는 이주민이 폭증했다.


이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