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사설] 日 또 총리 피습, 어떤 이유로도 테러는 용납해선 안 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그제 보궐선거 지원 연설을 하던 와카야마현 사이카자키 어항에서 폭발 사건이 발생해 일본 열도가 또 한 차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정치·경제 선진국인 일본에서 대낮에 정치인을 노린 테러가 또 발생했다는 점에서 세계 각국도 경악하고 있다. 이번 테러는 지난해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선거 지원 유세를 위한 가두연설 중 총격으로 숨진 지 불과 9개월 만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일본 경찰과 청중에 의해 용의자가 즉시 체포돼 초대형 사건으로 이어지지 않은 점이다. 용의자의 묵비권 행사로 범행 동기 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테러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가 지난 15일 이곳에서 어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연설을 시작하려는 순간 청중 쪽에서 파이프 모양 은색 통으로 보이는 물건이 날아왔고, 큰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기시다 총리는 1m 앞에 떨어진 폭발물에 놀랐지만 곧바로 경호원들에게 호위를 받아 현장을 빠져 나갔고, 폭발물을 던진 남성은 주변에 있던 경찰과 청중에게 제압됐다. 용의자는 별다른 저항 없이 체포됐고, 던지지 않은 폭발물을 1개 더 소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용의자는 효고현에 사는 24세 남성 기무라 류지로 확인됐다. 용의자는 “변호사가 오면 이야기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는 취재진에게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선거에서 폭력 행위가 일어나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국제사회에서 규탄 목소리가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만큼 아베 전 총리 사망 이후 테러가 또 발생한 것을 결코 남의 일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총리 경호에 구멍이 뚫린 이번 사건으로 다음달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외국 요인 경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사건은 G7 정상회의의 경비 체제에도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사건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외국 요인 경호 체계를 처음부터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려는 테러는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사회를 더 갈등으로 몰아넣을 뿐이다. 어떤 명분으로도 테러는 정당화할 수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테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