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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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커지는 전대 ‘돈 봉투 의혹’, 송영길 귀국해 진실 밝히라

녹음 파일 잇단 공개 파문 확산 일로
민주당 자체 조사론 진상 규명 한계
측근 꼬리 자르기로 끝날 일 아냐

2021년 5월 송영길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불법 정치자금이 오간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이 자체 진상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그제 “내부 논의를 마친 뒤 다음주쯤 당내 기구를 통해 돈 봉투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대형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검찰 수사가 여권의 국면 전환용이라면서 역공을 펴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뒷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 녹음 파일이 계속 나오면서 돈 봉투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100만원씩이라도 봉투에 넣어달라”, “저녁 먹을 때 전화 오면 (봉투) 10개 줘” 등 범죄 혐의를 부인하기 어려운 육성이 수없이 담겨 있다. ‘야당 탄압’이라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2년 전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후보 캠프에서 준비한 돈 봉투는 모두 90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20개는 현역 의원들 몫이었고 최소 10개는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총 액수가 9400만원에 이르고 현역 국회의원과 당 관계자 70여명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검찰은 민주당 현역 의원 10명을 돈 봉투 수수자로 특정하고 차례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라고 한다.

민주당 자체 조사로 전모가 밝혀질지는 의문이다. 비난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조사에 나서겠다고 한 것을 보면 진상 규명 의지가 의심된다. 송 전 대표가 줄곧 이재명 대표 측과 긴밀한 관계를 보여 온 점도 조사의 실효성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비명(비이재명)계는 지난 대선 경선 때 송 전 대표가 사실상 이 대표를 지원한다며 ‘이심송심(李心宋心)’ 논란을 제기했다. 이 대표가 대선 패배 후 송 전 대표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 재보선에 출마하면서 논란은 거듭 불거졌다. 조사하는 시늉만 하다 끝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돈 봉투 의혹은 이재명 사법 리스크와는 차원이 다르다. 개인과 측근 비리가 아닌 당 전체의 문제로 봐야 한다. 의혹의 최종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송 전 대표는 “지금 나오는 문제는 내가 모르는 사안”이라는 입장이지만 이 전 부총장의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는 꼬리 자르기로 끝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송 전 대표는 파리에서 조속히 귀국해 진상을 밝히고 검찰 수사에 협조해 사태를 수습하는 게 옳다. 그게 여당 대표를 지낸 정치인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