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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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수산화리튬 가격이 ㎏당 8달러?… 논란된 증권사 보고서 [미드나잇 이슈]

수산화리튬 현재 가격 ㎏당 50달러 수준
소요 폭증에 공급 부족…가격 우상향 전망

보고서 작성 연구원 “10달러 미만 회귀 가정”
투자자들 “잘못된 평가로 리포트 내는 건 잘못”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2차전지 관련 기업 ‘에코프로’의 향후 가치를 전망한 한 증권사 최근 리포트가 논란을 만들고 있다. 이 보고서는 최근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에코프로의 2027년 적정 시가총액을 예측하면서 자회사 에코프로이노베이션 가치를 6000억원으로 평가했다. 이는 에코프로이노베이션 주력분야인 수산화리튬의 ㎏당 가격을 8달러로 가정해 나온 결과다. 그런데 현재 수산화리튬 가격은 ㎏당 50달러 수준이며 조정을 거친 뒤에도 향후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 주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지난 12일 하나증권은 “(에코프로는) 위대한 기업이나 현 주가는 그 위대함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며 “목표주가 45만4000원을 제시하고,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한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 ‘매도’로 투자의견을 내는 보고서는 드문 상황인데다 대상이 화제의 스타기업이어서 이 보고서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에코프로 청주 본사 전경

보고서를 작성한 하나증권 김현수 연구원이 목표주가 근거로 삼은 것은 2027년 에코프로 예상 가치다. 김 연구원은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이 5조8000억원, 에코프로머티리얼스가 3조6000억원,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이 6000억원, 에코프로씨엔지가 8000억원의 가치를 지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이미 주식시장에 상장된 자회사는 할인율을 적용하는 등의 작업을 거쳐 2027년 에코프로 목표 시가총액을 11조8000억원으로 잡았다.

 

투자자들이 문제 삼는 건 비상장 자회사 에코이노베이션의 향유 가치 계산 부분이다. 에코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 수산화리튬을 주 사업영역으로 삼고 있다. 이 보고서는 2027년 수산화리튬의 ㎏당 가격을 8달러로 책정했다. 

 

이와 관련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수산화리튬의 ㎏당 가격은 지난달 16일 70달러, 지난달 31일 68달러, 전날 기준 50달러였다. 보고서 예상대로라면 현재 50달러 수준인 수산화리튬 가격이 2027년 8달러 수준으로 내려간다는 셈이다.

 

그런데 수산화리튬 가격 동향은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9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낸 ‘배터리 핵심 원자재 공급망 분석: 리튬’ 보고서에 따르면, 2027년 수산화리튬의 ㎏당 가격은 40~50달러 사이일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수산화리튬의 경우 현재의 리튬채굴·제련 기술이 폭증하는 수요를 따라가기에 벅차, 가격이 점진적으로 우상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전기 차량용 배터리 팩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도 지난 1월 쓴 ‘수산화리튬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보고서에서 “수산화리튬의 경우 현재의 리튬 채굴 및 제련 기술이 폭증하는 수요를 따라가기에 역부족이라, 향후 가격이 점진적으로 우상향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본지 통화에서 “현재 가격에서 조정을 거친 뒤 2025년, 2026년부터 가격이 올라갈 걸로 본다”며 “이때부터 전기차 신모델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연구원은 수산화리튬 가격이 전쟁 등의 영향으로 상승한 것이라며 2027년엔 다시 8달러로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8일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인 2020년 수산화리튬 가격은 9달러였다“며 “팬데믹 종료 및 전쟁 완화 국면에서 최근 리튬 가격 급락세 지속되고 있다. 최근 중국 탄산리튬 가격은 kg당 27달러 수준까지 하락하며 고점 대비 약 70% 하락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팬데믹 종료 및 전쟁 종료 국면에서 원자재 시장이 2년 전 수준으로 회귀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에 따라 리튬 가격 전망 역시 코로나19 및 전쟁 발발 이전 수준인 8달러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수산화리튬 가격을 27달러로 가정하더라도 매도 의견엔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 중국 탄산리튬 가격 수준인 27달러로 미래 가격을 가정 시 기존 가정 대비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가치가 약 3.5배 증가해 기존 추정 대비 약 2조원의 기업 가치 증가가 발생한다”며 “애초에 에코프로 전체의 기업가치 산출액인 11조5000억원 대비 2조원이 증가한 13조5000억원을 도출한다하더라도, 리포트 발간일 현재의 시가총액 20조원 대비해서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김 연구원 전망대로 수산화리튬 가격이 2027년 실제로 10달러 미만으로 회귀할지는 미지수다. 2016년부터 최근까지 수산화리튬 가격 추이를 보면 ㎏당 가격이 10달러 이하로 떨어진 건 2019년 7월부터 2021년 4월(1년9개월)까지다. 2016년 1월부터 가격이 폭등한 2021년 11월 전까지의 수산화리튬 가격을 살펴보면 위 1년9개월을 제외하곤 ㎏당 10∼30달러 사이를 유지했다.

투자자들은 하나증권 리포트가 에코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률(OPM)을 4.5%로 가정해놓은 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달 29일 공시된 에코프로이노베이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2022년 매출액 4200여억원에 영업이익 1420여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35%에 달했다. 

 

이에 대해서도 김 연구원은 “지난해 높은 영업이익률은 단기간에 메탈 가격이 10배 상승하는 국면에서 발생한 래깅효과에 기인한 것”이라며 “지난해의 고마진이 유지되려면 매년 10배씩 메탈 가격이 상승함을 가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상식적인 선에서 메탈 가격이 매년 10배씩 상승할 수 없다. 고점 대비 70% 빠지고 있는 상황이고, 재고평가손실까지 우려된다”며 “양극재 기업들의 장기 평균 마진이 6%인 상황에서 리튬 공급사인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률이 이를 넘어서긴 어렵다고 가정했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해당 보고서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단순히 매도 의견을 내서 그렇다기보단 기업 가치 평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다. 한 투자자는 네이버 주식투자 카페에 “단기(적으로) 주가가 많이 올라 조정 받을 타이밍인 건 맞지만 잘못된 평가로 매도 리포트를 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투자자도 “에코프로 현 주가가 싸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리포트가 다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