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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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할리우드 영화 멈추나…美 작가조합 총파업 가결

할리우드 작가들이 다음달 파업을 압도적인 비율로 찬성해 미국 TV시리즈·영화 제작에 비상이 걸렸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2007년 이후 16년 만으로, 이번 파업 움직임은 미국 작가들이 스트리밍 시대에 동떨어진 보상 체계에 분노했기 때문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작가조합(WGA) 회원들이 다음달 1일까지 영화·TV제작자연맹(AMPTP)과의 새 기본 협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파업에 돌입하는 데 97.85%의 압도적 찬성률을 보였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업 찬반 투표에는 9218명이 참여해 투표율은 79%(9218명)로 집계됐다.

美 LA 파라마운드사 앞에서 파업 시위 중인 할리우드 작가. AP연합뉴스

파업이 실제로 진행되면 ‘SNL’(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처럼 팀제로 운영되는 심야 토크쇼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이어서 낮 시간대 드라마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NYT는 덧붙였다. 

 

작가들의 파업 움직임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대가 본격화하며 작품 제작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지만 그에 알맞은 보상 체계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에 따른 것이다. WGA는 TV시리즈물이 과거엔 보통 20회 이상이었지만 OTT에서는 10회가량으로 줄면서 하나의 에피소드를 만드는 데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지만 수입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금 인상과 로열티 지급 방식의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WGA 측은 지난주 회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스트리밍 모델이 작가 수입에 엄청난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이번 협상에 직업으로서의 글쓰기의 생존이 걸려 있다”고 했다. 

 

WGA는 할리우드 대형 제작사들을 대변하는 AMPTP와 지난달 20일부터 협의를 시작했다. 이들은 3년마다 작가들의 최저 임금과 로열티 등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는데, 현행 계약은 다음달 1일 만료된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많은 대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을 시행하며 업계에서 증폭된 불안도 이번 파업의 또 다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2월 디즈니는 7000명의 직원을 해고한다고 발표했으며, 파라마운트 글로벌과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도 최근 직원 감축을 감행했다.

 

WGA의 파업 예고에 제작사들은 대본을 미리 비축하고 파업이 진행되면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집중하는 방안 등 대응책을 고심 중이라고 NYT는 전했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자슬라브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최근 인터뷰에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있다”면서 “작품과 플랫폼 측면에서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WGA는 제작사측과의 협상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프로그램 제작 허용을 제안했다고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전했다. 챗GPT와 같은 AI 챗봇이 초고를 작성하면 작가들이 세부 사항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WGA가 마지막으로 파업을 벌인 건 2007년이다. 당시 100일간 진행한 파업으로 업계에 21억달러(약 2조7665억원)의 손실을 입힌 것으로 추산된다.

 

NYT는 2017년에도 96%의 높은 찬성률로 파업안이 가결됐지만 11시간 만에 제작사와 막판 협상이 타결돼 파업이 철회된 바 있다며 5월1일 파업이 실제 이뤄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예림·윤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