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가격 상승은 늘 부작용을 낳는다. 임대차3법과 양도세 비과세 실거주 의무는 전세 매물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와 2021년 급격한 전세 가격 상승을 야기했다. 섣부른 규제 정책으로 시장을 왜곡하는 일이 앞으로는 없어야 할 것이다. 이제 시장의 정책발 거품은 꺼졌다. 그리고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그런 집에 왜 전세를 들어갔느냐, 개인의 책임이다’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미 3명이나 유명을 달리했다. 이것이 끝이 아닐 수 있다.
전세 가격 급상승기에 전세 계약을 했던 수많은 임차인, 특히 전세 가격 상승의 정점을 이룬 2021년 10월 즈음에 계약한 임차인들의 전세 만기가 2023년 가을에 돌아온다. 깡통전세에 직면하여 전세보증금을 잃는 사람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처 방안을 다양화하고 강화해야 한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경매로 넘어가는 집에서 퇴거당하는 위험 외에 대출 이자에도 시달리고 있다. 이제는 국토교통부가 피해자들을 위해 마련한 ‘긴급주거지원’을 ‘긴급복지수준’으로 수위를 높여야 할 시점이다. 피해자들이 단수와 단전에 직면하지 않도록, 끼니 걱정에 전화 걸기를 망설이지 않도록 복지사를 파견해야 한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경매 위험에 처한 주거지에서 계속 머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정부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나서서 경매기일을 늦출 방법을 찾는 중이다. 그러나 한 기관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경매는 법원을 통해 이루어지니 사법부가 나서야 하며, 경매를 넘기는 것은 채권을 회수해야 하는 금융권이니 금융위원회가 또한 나서야 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금융권의 손실은 발생하는 이자 비용만큼 국가가 보전해주어야 할 테니 기획재정부가 나서야 한다. 즉 이 전세사기에 대한 대처는 국토교통부 혼자서 할 일이 아니라 사법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가 공동으로 해야 할 일인 것이다.
쓰러져가는 피해자들을 일으켜 세울 단기 방안 외에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한 장기 방안 그리고 하반기에 터져 나올지도 모를 깡통전세에 대비하는 중기 방안을 동시에 수립해야 한다. 100채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다주택자들은 오늘 현재는 선량한 민간임대주택 공급자이지만, 추락하는 주택 가격으로 말미암아 내일은 깡통전세의 주범으로 몰릴 수 있다. 개중에는 ‘빌라왕’처럼 범법자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것을 선별해내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100채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집주인들에 대해서는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국세청에는 우리나라 각 개인의 자산 상태가 데이터베이스화되어 있다. 그리고 행정안전부에는 취득세 데이터가 있다. 거래 취소가 빈번한 실거래 자료와 취득세 자료를 연결하여 거래정보 데이터를 정밀화해야 한다. 각 개인의 취득세 신고 시 일정 기간 개인별로 급격한 취득 증가가 있을 때는 바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보증보험을 취급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 현재 보증공사는 임대차계약이 된 뒤에야 보증서를 발급한다. 즉 임차인은 계약을 먼저 하고 그 계약서를 들고 가야 전세대출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그저 감정평가를 의뢰하고 그 금액에 기준하여 보증 여부를 결정할 뿐이다. 이 절차를 변경하여 계약완료 이전에 주택도시보증공사가 해당 집주인이 과연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받아도 될 만한 양호한 신용을 가진 사람인지 검증하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전세 계약은 한 달 임대료만 받는 미국의 보증금과는 달리 사실상 임차인이 집을 담보로 집주인에게 돈을 꿔주는 사적 금융 거래이다. 전세 계약이라는 이름의 이 사적 거래가 과연 거액이 오갈 정도로 안전한 과정인지를 누구도 검증하고 있지 않다.
위기는 곧 기회라 했다. 전세사기는 벌어졌고 피해자가 늘어가는 가운데, 정책 개선의 동력은 오히려 마련되었다. 근본적인 개선 대안을 마련하는 데 전 부처가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