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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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완판’ 지방은 ‘미달’… 분양시장 ‘온도차’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 보니
1분기 전국 아파트 분양단지 62% 미달
서울 청약경쟁률 57대 1… 대구 0.06대 1
규제 완화에도 지방 미분양 공포 확대
중도금 무이자·분양가 할인 ‘고육지책’

“아랫목만 따뜻해지고 윗목은 계속 냉골이다.”

고금리 기조에도 정부의 규제 완화 여파로 조금씩 회복세를 타고 있는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 얘기다. 서울은 100% 청약 마감에 성공했지만, 지방은 분양 자체가 많지 않은데도 대부분 미달이다.

21일 부동산R114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1∼3월) 전국의 분양단지 34곳 중 1·2순위 내에 청약이 마감된 곳은 13곳(38.2%)에 머물렀다. 나머지 21개 단지(61.8%)는 2순위에서도 입주자를 채우지 못했다. 지난해 1분기에는 분양단지 87곳 중 21곳(24.1%)만 미달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미달률이 2.5배 이상 늘었다.

지난달 분양한 서울 은평구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시그니처의 견본주택에 몰린 방문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서울은 1분기에 분양한 3개 단지가 모두 2순위 안에 모집이 끝났다. 일반분양 총 393가구 모집에 모두 2만2401명이 신청해 평균 청약경쟁률은 57대 1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GS건설이 분양한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98가구 일반분양에 1만9478명이 몰려 198.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1분기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달 동대문구에서 분양한 휘경자이 디센시아도 1순위 청약에서 329가구 모집에 1만7013명이 신청하며 51.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청약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지방은 분양 자체가 흔치 않을 정도다. 더 이상 일정을 미룰 수 없어 청약 접수를 받으면 여지 없이 모집인원을 채우는 데 실패했다. 대구와 경북, 전남, 전북, 제주, 충남 등 6곳에 1분기에 각 1개 단지씩 분양됐지만 모두 미달됐다.

대구에서는 지난 2월 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이 1·2순위 청약을 진행한 결과 478가구 모집에 28명이 신청해 0.06대 1의 경쟁률에 그쳤다. 지난달 경북 경산시에서 분양에 나선 경산 서희 스타힐스는 1·2순위 64가구 모집에 접수는 고작 5건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 분양단지는 미분양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 한창이다. 통상 분양가의 10%로 책정하던 계약금은 대부분 500만원이나 1000만원 정액제로 깎아주고 있고, 중도금은 전액 대출이 기본이다. 일부 단지는 중도금 대출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거나 분양가 자체를 할인하기도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입지 경쟁력이 확실한 서울은 정부 규제 완화의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다”며 “서울 집중화로 서울을 뺀 수도권과 나머지 지방은 상대적으로 청약시장이 더 위축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분기 비서울권에서 흥행 사례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롯데건설이 경남 창원 의창구에 분양한 창원 롯데캐슬 포레스트는 1순위에서 평균 28.3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창원시가 지난해 특례시로 지정됐고 단지 주변에 다양한 개발 호재가 몰려 있는 등 입지적 장점이 반영된 결과다.

GS건설 컨소시엄이 경기 평택 고덕신도시에서 지난달 분양한 고덕 자이센트로는 89가구 모집에 4034명이 몰리며 45.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가 인기 비결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주변 신축 단지의 시세는 전용면적 84㎡ 기준 6억∼7억원대에 형성돼 있는 반면 고덕 자이센트로의 분양가는 4억원 후반대였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