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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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만년 세월이 빚은 천혜 비경… 숲길·물길 따라 ‘웰니스 만끽’ [지방기획]

늦봄 나들이 유혹하는 포천
예술 입은 폐채석장 ‘포천 아트밸리’
암벽 사이 청옥빛 띄는 ‘천주호’ 장관
내달 12∼14일 클래식 페스티벌 다채

화산·하천지형 품은 ‘한탄강 지질공원’
벼룻길 걸으며 협곡 사이 돌단풍 관찰
‘유리 바닥’ 스카이워크도 인기 코스

동화 분위기 뽐내는 ‘허브아일랜드’
아로마 족욕·입욕 등 힐링 체험 선사
허브비빔밥·라벤더 축제로 오감 만족

경기 포천은 맑고 풍요로운 숲과 물의 에너지가 가득한 도시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한탄강세계지질공원을 비롯해 생태계의 보고인 포천 국립수목원, 포천아트밸리, 산정호수, 백운계곡허브아일랜드 등 볼거리, 즐길거리가 관광객들의 발길을 끈다. 나들이하기에 딱 좋은 계절 4월 마지막 주말이다.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서울에서 1시간대이면서 천혜의 자연풍광과 약 54만~12만년 전 화산폭발로 생겨난 한탄강 주변의 유구한 역사가 숨쉬는 포천으로 떠나보자.

방치된 폐석장을 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한 포천 아트밸리. 포천시 제공

◆폐채석장,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

포천에는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이 있다. 1990년대까지 아무도 찾지 않던 폐채석장은 예술을 감상하고 즐길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바로 포천 아트밸리다. 포천석은 포천 지역에서 출토되는 화강암을 이르는 말이다. 포천석은 타 지역 화강암보다 밝은 빛깔을 띠고 있어 매우 우수한 품질로 평가받는다. 화강암은 포천의 대표적인 지역 특산물이며, 청와대 영빈관에 있는 18개 돌기둥 중에서 전면의 돌기둥 4개가 포천석일 정도로 양질의 석재로 인정받는다.

1990년대 이후 양질의 화강암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폐채석장으로 방치돼 있던 것을 포천시가 155억원을 들여 탈바꿈시켰다. 이렇게 재탄생한 포천 아트밸리는 신북면 기지리에 약 17만8000㎡ 규모로 들어서 현재 많은 관람객이 찾고 있다.

아트밸리 내에는 채석장에 빗물이 모여들면서 바위 절벽 사이에 생긴 천주호가 자리해 있다. 여기 호수에 가라앉은 화강토가 반사돼 청옥빛을 띠는 천주호는 그야말로 포천 아트밸리의 랜드마크다.

최근에는 야간 관광 활성화를 위해 45m의 화강암 직벽을 활용한 미디어파사드 영상을 상영해 관람객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경기 북부 유일의 시립천문과학관도 바로 이 아트밸리 내 천주산 자락에 자리해 있으며, 이곳에서는 천문교육프로그램, 천체관측실, 천체투영실 등이 운영된다. 아울러 5월 12일부터 14일까지는 국립 오페라단과 국립 심포니오케스트라, 한국종합예술대학 무용원 발레단이 펼치는 내셔널 클래식페스티벌이 격조 높은 봄날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경기 포천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하늘다리. 포천시 제공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화산·하천 지형 공존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한탄강 지질공원은 화산 지형과 하천 지형의 특징이 함께 공존하면서 매우 독특하고 아름다운 지형을 이루고 있다.

강원도 평강군(북한) 장암산 남쪽 계곡에서 발원해 남쪽으로 흐르는 한탄강은 휴전선을 지나 철원군과 포천시를 차례로 돌며 134.5㎞를 흘러 임진강과 만난다.

6·25전쟁 중 다리가 끊겨 강을 넘지 못한 사람들이 ‘한탄하며 죽었다’고 해서 한탄강이라고 알려졌지만, 실제 의미는 ‘크다·넓다’는 뜻이다. ‘높다’는 한(漢)과 ‘여울·강·개’라는 뜻을 가진 탄(灘)이 어울린 순수한 우리말을 한자의 음을 빌려 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의미와 함께 유네스코는 한탄강을 인류가 보존 및 보호해야 할 자연유산으로 정하고, 2020년 7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했다. 포천시는 한탄강 일대에 형성된 현무암 협곡 가운데 빼어난 경치를 가진 8곳을 꼽아 한탄강 8경을 선정했다. 상류에서 하류쪽으로 내려가면서 펼쳐지는 제1경은 한탄강 대교천 현무암 협곡, 제2경은 샘소, 제3경은 화적연, 제4경은 멍우리 협곡, 제5경은 교동 가마소, 제6경은 비둘기낭 폭포, 제7경은 구라이골, 제8경은 아우라지 베개용암이다.

한탄강을 따라 걷다 보면 물 소리에 반하고, 하늘 빛에 반하고, 시원한 바람에 반하고, 이름 모를 들꽃에게도 이내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여기에다 보면 볼수록 신비한 지질명소를 관찰하는 재미까지 더해지는 한탄강 길과 느릿느릿 한가롭게 걸으며 오감을 만끽할 수 있는 벼룻길을 걸어봐도 좋다. 한탄강 벼룻길은 총 6.2㎞ 구간으로 약 1시간 30분 걸리는 트레킹 코스로 부소천 협곡, 멍우리 협곡, 비둘기낭폭포까지 구불구불 이어진 탐방로다.

이 길은 한탄강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으면서 경이로운 협곡과 잘 자란 돌단풍을 관찰할 수 있고, 아름다운 절벽으로 이어지는 멍우리 협곡도 즐길 수 있다. 이어 시원한 물줄기가 매력인 비둘기낭폭포도 만나볼 수 있어 즐거움을 더해준다. 무암 침식 협곡인 제6경 비둘기낭폭포는 해발 86m, 높이 16.7m 현무암 침식으로 이뤄졌으며, 이곳에서 흘러내린 폭포수는 한탄강으로 합류한다. 비둘기낭이란 이름은 주변 지형이 움푹 들어간 주머니 모양과 닮았고, 양비둘기 수백 마리가 폭포 주변 동굴에 살았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지금은 천연기념물 제537호로 지정·보호되고 있으며 최종병기 활, 추노, 기황후, 선덕여왕, 대호 등 영화 및 드라마의 촬영장소로도 유명하다. 아울러 최근 많은 관광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하늘다리는 구간구간 바닥이 유리로 된 스카이워크로, 포천을 찾는 관광객들의 최고 인기 코스로 꼽힌다. 한탄강 천혜의 비경을 조망할 수 있는 가람누리 전망대 또한 새로운 한탄강의 명소로 꼭 들러볼 만하다.

포천 허브아일랜드의 불빛동화축제 야경.

◆허브아일랜드… 동화 분위기 가득

“25년 전 3000평에서 시작해 지금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모든 종류의 허브를 보유하고 있는 박물관으로 프랑스에서 인증을 받았습니다.”

임옥 허브아일랜드 대표의 말에서 25년간을 꾸준히 허브관광농장에 대한 믿음을 갖고 험난한 외길을 걸어온 그만의 철학이 느껴진다.

허브아일랜드는 허브 원산지인 지중해 생활을 테마로 한 국내 최대 허브 테마파크로 2020년에는 국가가 인정하는 1종 허브식물박물관으로 정식 등록되기도 했다.

허브아일랜드는 허브를 활용해 만든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허브를 이용한 아로마 족욕과 입욕 체험은 물론 허브 오일 촉감 체험 등 허브힐링 프로그램이 즐거움을 선사한다.

힐링 체험 후 아테네홀 레스토랑에서는 허브비빔밥과 허브돈까스 등 이곳만의 특별한 맛을 즐길 수 있어 기쁨을 더해 준다. 또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를 옮겨놓은 듯한 물의 도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나는 산타마을 등은 동화 속 세상인 것 같다. 1년 내내 허브향이 잔잔하게 퍼지는 향기의 낙원에서는 계절마다 핑크뮬리 축제, 불빛동화축제, 라벤더 축제도 펼쳐져 허브향을 맡으며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버텨내느라 지친 몸과 마음을 이곳에서 치유하면 그야말로 ‘웰니스’를 실감할 수 있을 듯하다.

◆백영현 포천시장 “한탄강 권역·市 관광지 연계  글로벌 ‘여행 성지’ 도약할 것”

 

“올해는 포천시가 시승격 2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로 ‘시민과 함께한 20년, 더 큰 행복 미래로’ 비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백영현(사진) 포천시장은 24일 “시의 관광비전을 ‘일상여행자들의 안심여행지, 글로벌 여행자들의 성지로 도약하는 포천’으로 설정하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천시는 최근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문화 관광특별시로 도약하기 위해 포천문화재단 관광업무 위탁 운영관련 타당성 최종 용역 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를 통해 행정적으로 일부 중복됐던 문화와 관광 기능들을 하나로 집약해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재정 및 시설 운영이 가능하도록 기틀을 마련해 가고 있다. 백 시장은 관광과 문화를 융합해 새로운 가치창출을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네스코 2관왕에 빛나는 국립수목원을 비롯해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산정호수, 아트밸리, 백운계곡 등 수도권 제일의 관광 휴양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천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2020년 7월 지질학적 보존 가치와 교육·관광자원으로서 활용 가치를 인정받아 지금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백 시장은 “한탄강 권역을 포천시 대표 관광지인 산정호수, 백운계곡 등과 연계해 남북을 연결하고 33만㎡의 드넓은 홍수터 부지를 활용해 대규모 공연 캠핑, 문화레저단지 조성 등 친환경 체류형 생태휴양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가족 중심의 체류형 관광시설을 조성하고 동시에 국가정원 지정을 진행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포천시는 국민관광지인 산정호수 리프레시 사업을 통해 2024년까지 모노레일, 어린이체험파크, 짚와이어 코스를 조성해 관광집객 효과와 고용 창출 효과,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가져올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백 시장은 “이와 함께 아트밸리, 치유의 숲, 허브아일랜드 등 테마관광 시설과 연계한 맞춤형 콘테츠 개발로 수도권 관광객의 유입을 꾀하고 있다”며 “포천시가 누구나 꼭 가보고 싶고, 다시 찾고 싶은 대한민국 최고의 문화 관광 도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천=송동근 기자 sd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