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최근 불거지면서 정치권에 수사 기관의 ‘칼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지방인 울산 정치판에도 거센 사정 바람이 불어닥쳤다. 전임 시장과 현직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까지 수사 기관의 비위·비리 캐기 대상이 되면서다. 현직 구청장은 ‘당선 무효형’을 두고 곧 법정에 선다.
칼바람의 시작은 송철호 전 울산시장이다. 민주당인 송 전 시장은 지방선거일 직전인 2018년 6월 선거 관련 사무실에서 자신의 선거 캠프 선거대책본부장과 함께 중고차매매 업자를 만나 20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됐다.
검찰은 송 전 시장 선거 캠프의 선대본부장을 뇌물수수 등으로, 울산시민신문고위원회 전 위원은 특가법 위반, 청탁 등을 한 중고차매매 업자는 뇌물공여죄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중고차매매 업자가 송 전 시장 등에 뇌물을 제공하면서 자신이 사실상 소유 중인 토지 용도 변경과 건축물 층고 제한 해제를 청탁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수사하는 중에 불법 선거자금 모금 정황을 포착하면서 시작됐다. 송 전 시장 측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광역단체장이 사정 바람에 휩쓸릴지, 피해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직 구청장도 칼바람을 피하지 못한 상황이다. 김영길 울산 중구청장은 오는 28일 당선 무효 여부가 결정된다. 김 구청장은 공직선거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지난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경선 과정에서 허위 주소를 이용, 다른 지역 사람을 중구 거주자인 것처럼 조작해 국민의힘 책임당원으로 모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구청장과 지지자들이 이런 수법으로 2021년 6월부터 12월까지 80명가량 허위 당원을 모집해 경선 당시 김 구청장에게 투표한 것으로 본다. 민주당 사건처럼 금권 선거를 한 건 아니지만, 김 구청장의 경선 당선을 위해 불법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검찰은 지난 14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김 구청장에게 징역 8개월을 구형했다. 김 구청장이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지방 기초 의원들도 대상이다. 김 구청장의 지지자인 문기호 중구의회 의원 등 당 관계자 등 12명도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에게 벌금 100만∼600만원을 구형했다.
수사 기관의 ‘캐기’ 대상이던 국민의힘 소속 공진혁 울산시의원은 가까스로 당선 무효가 될 처지를 벗어났다. 공 시의원은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선거 공보와 명함에 허위 경력을 기재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전 지역 국회의원실에서 6급 비서로 근무했지만, 4급인 보좌관으로 근무한 것처럼 기재했다. 또 선거운동용 카드뉴스 제작 등을 업자에게 맡기면서 실제 지급한 제작 비용보다 금액을 부풀려 거래명세서, 전자세금계산서 등을 발급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 18일 울산지법 제12형사부는 공 시의원에게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김지훈 울산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선거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절차적 과정이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가볍게 여겨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1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라도 해당 정당에서 공천을 주지 않거나 하는 식으로 제재해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