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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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세사기 국가보상하자”는 야권, 임대차 3법 사과부터 하라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을 오늘 국회에 발의한다. 정부는 특별법 발의에 맞춰 피해 지원 종합대책도 발표할 계획이다. 주거의 한 축으로 여겨졌던 전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사회혼란까지 부추기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어떤 해법이 나오든 간에 피해자 구제의 핵심으로 꼽히는 보증금 회수 방안을 두고 여야 입장 차이가 커 대책 마련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를 둘러싼 혼란은 사실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의 부메랑이나 다름없다. ‘영끌’로 집을 사는 사람이 늘면서 전셋값까지 덩달아 오르자 정부는 주거 안정을 위해 2020년 7월 임대차 3법을 강행 처리했다. 임차인=약자라는 프레임 속 세입자의 권한을 강화한 계약갱신청구권은 오히려 전셋값 급등을 부추겼다. 이후 전세자금 대출을 지렛대 삼아 집주인들의 ‘갭 투자’가 만연했다. 하지만 빚내 쌓은 모래성은 삽시간에 무너졌고, 조직적인 전세사기 범죄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누가 봐도 임대차 3법이 전세사기 원인 제공자의 일부임이 분명하다.

이런데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채권을 매입해 세입자에게 피해금을 우선 보상한 뒤 경매와 공매·매각을 통해 투입 자금을 회수하는 내용의 특별법 추진을 약속했다. 말 그대로 전세피해 보증금을 국가가 ‘선 보상’하고 ‘후 구상권’을 청구하라는 얘기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모르는 바 아니나 사기 피해를 국가가 보상한다는 논리는 더 많은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과거 민주당의 임대차 3법 강행 처리에 반대하며 국회 연설을 했던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그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번 사태의 주범은 임대차 3법을 강행해 멀쩡하던 전세시장을 망친 민주당과 정의당”이라며 “두 당은 당사를 팔고 의원들 세비를 몰수해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금으로 써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고는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공부도 않고 입법 절차도 무시하면서, 엉터리 법을 만들고 엉터리 대책으로 틀어막은 결과가 이번 사태”라며 “그렇게 전세사기 원인을 제공해놓고 피해자 지원을 외치는 것이 제비다리를 부러트린 다음 고쳐준 놀부 심보와 무엇이 다르냐”고도 했다. 맞는 말이다. 야당은 무책임한 포퓰리즘을 남발하기에 앞서 전세사기 사태를 부른 임대차 3법에 대한 사과부터 하는 게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