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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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 ‘핵협의 그룹’ 창설, 북핵 확장억제 업그레이드 계속돼야

北 잇단 도발 ‘핵무장론’ 비등 고려
합의 내용보다 앞으로 실천이 중요
尹, 첨단기술·우주 분야 협력 성과
[워싱턴=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답사를 마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2023.04.26. yesphoto@newsis.com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위협에 맞서 강화된 확장억제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다. 양국은 한국에 미 핵 전력에 대한 공동기획, 공동실행 권한을 부여하는 ‘한·미 핵협의 그룹’(NCG, Nuclear Consultative Group)을 창설하기로 했다. 양 정상은 확장억제 관련 별도의 특별 성명도 발표했다.

 

핵협의 그룹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은 아니지만 한국이 핵 공격을 받을 시 한·미 양국이 상시 정보공유를 통해 B-52폭격기, B-1B 랜서, F-22랩터 등 미군이 보유한 전략자산을 즉시 전개해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결정하게 된다. 실효성이 떨어졌던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한계를 보완해 한국의 목소리가 보다 크게 반영된다는 점에서 큰 진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 동맹 70년에 걸맞은 정상외교 성과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한·미 핵협의 그룹 창설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위협이 날로 고조되는 상황에서 핵심 동맹인 한국에 대한 미국의 북핵 확장억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간 북한은 하루가 멀다 하고 도발하고, 최근에는 핵탄두를 탄도미사일에 탑재하는 훈련까지 마친 상태다.

 

물론 한·미 핵협의체로 북핵·미사일 대응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핵무장을 원하는 국민이 과반이 되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특히 전술핵 재배치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 국민이 안보 불안감을 다소 덜게 됐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합의 내용이 아니라 실천으로 이어지느냐다. 이제는 미국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한·미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북한 김정은이 핵장난질을 아예 못하도록 확장억제책을 업그레이드시켜 나가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경제·과학분야 협력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방미 기간에 미국 첨단기업들로부터 무려 59억달러(7조9000억원) 투자 유치를 받았고, ‘우주탐사와 우주과학에서의 협력에 관한 협약’도 맺어 한국이 미국 주도의 달 탐사계획인 ‘아르테미스’에도 참여하게 된다고 한다.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한·미동맹이 이제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군사안보동맹을 넘어 첨단기술·우주동맹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