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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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살인 가해자도 신상 공개를” 국회 국민동의 청원서 5만명 서명…소관위로

청원인 “아동학대 사건의 형량 상한 법률 개정보다 실질적인 강력한 판결·신상 공개를... 반성문 제출·심신 미약 등 사유로 형량 낮추는 일 없어야” 요청
국회 국민동의 청원 홈페이지 캡처

 

현행법상 강력범죄와 성범죄 가해자 등에만 이뤄지는 신상 공개 적용의 범위에 아동학대 가해자도 포함해달라는 취지의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서명 정족수를 달성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로 넘겨지게 됐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은 홈페이지 등록 후 30일 내 100명 이내 찬성을 받으면, 그날로부터 1주일 내 요건 검토 등을 거쳐 적합하면 관련 홈페이지에서 공개된다. 공개 후 30일 내 동의 인원 5만명을 달성하면 국회 관련 위원회에 회부된다. 다만 관련 위원회 심사를 거쳐 정부나 국회의 처리가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청원만 입법에 들어갈 수 있으며, 법안에 반영할 수 없거나 타당성이 결여됐다고 판단되는 청원은 폐기된다.

 

27일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올라온 ‘아동학대 살인 가해자의 엄벌과 신상 공개에 관한 청원’의 서명 인원이 5만명을 달성했다.

 

자신을 인천 남동구 아동학대 사건으로 숨진 아동(12)의 삼촌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글에서 “아동학대 사건의 형량 상한 법률 개정보다 실질적인 강력한 판결과 신상공개를 청원한다”고 밝혔다.

 

수사 중인 사건을 거론하면 청원으로 등록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포괄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해당 글에서 부연한 뒤 반성문 제출이나 심신 미약 등 사유로 형량 낮추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아동 학대 방치 살인은 엄연한 존비속 살인행위라고 강조했다.

 

청원인은 “애초 강하게 처벌해야 두 번 다시 이런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아동학대 가해자들이 주변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런 사람들의 신상공개로 기관은 주의 깊게 관리할 것이고 우리들도 조심할 수 있다”며 “새로 발생할 아동학대 피해를 막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자녀를 안심하고 키우고 바깥에 내보낼 수 있게 거듭 아동학대 가해자의 신상공개를 촉구한 청원에는 아이들이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기틀을 정부와 사회가 마련해달라는 부탁 등도 포함됐다.

 

열두 살 의붓아들을 반복해서 학대해 멍투성이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계모 A(43)씨는 지난 13일 법정에서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A씨의 변호인은 인천지법 형사15부(류호중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첫 재판에서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마음이 없었다”면서, “사망한 피해아동의 일기를 보면 ‘나 때문에 아기가 잘못됐는데도 엄마는 나에게 아무런 말도 안했다’고 적혀 있다”거나 “유산을 계기로 피해자를 심하게 미워했다는 공소장은 잘못됐다”는 말로 혐의를 부인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5년 이상 피해자를 잘 키우다가 지난해 사춘기에 들어가고 자신도 유산해 신체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계속 키워보려고 했다”며 “공황장애 증세와 가슴에 혹이 생기는 증상으로 자제력을 잃고 이런 참혹한 결과가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모든 학대 사실이 폐쇄회로(CC)TV와 유사한 형태의 ‘홈캠’에 녹화됐고, 살해하려는 마음이 처음부터 있었다면 장비를 치웠을 거라면서다.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A씨의 남편이자 친부 B(40)씨의 변호인은 “대체로 혐의를 인정한다”면서도 “A씨가 어떤 학대행위를 할 때 피고인이 방임했는지 명확하지 않아 방어권 행사에 장애가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달 7일 구속 기소된 이후 3차례 반성문을 써서 재판부에 제출했으며, 법원에는 엄벌 진정서 100여건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은 재판 당일 인천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모와 친부에게 아동학대살해죄를 적용해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협회는 “친부는 모든 범행을 계모에게 뒤집어씌우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계모와 친부를 법정 최고형으로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해서 “재판부의 강력한 처벌 의지야말로 아동을 모든 형태의 폭력과 학대로부터 보호하는 강력한 경고”라며 “아동학대가 더는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임을 인식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해 3월9일부터 올해 2월7일까지 11개월 동안 인천시 남동구 아파트에서 의붓아들C(12)군을 반복해서 때리는 등 50차례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씨는 지난해 4월 태아를 유산하자 모든 원망을 의붓아들에게 쏟아내며 점차 심하게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도 2021년 4월부터 지난 1월까지 드럼채로 아들을 폭행하는 등 15차례 학대하고, 아내 A씨의 학대를 알고도 방임한 혐의로 기소됐다.

 

부모로부터 장기간 반복적으로 학대를 당하면서 열 살 때 38㎏이던 C군의 몸무게가 사망 당일에는 29.5㎏으로 줄었다. 또래 평균보다 키는 5㎝가 더 큰데도 몸무게는 15㎏이나 적었다. 사망 당시 온몸에 멍과 상처도 있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