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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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바이든 “핵 공격 땐 정권 종말”, 김정은 새겨들어야 할 때

한·미 핵협의그룹 성명 뒤 경고장
구두경고만이 아닌 실천 뒤따라야
北, 죽는 길인 핵장난 이제 멈춰라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공격을 할 시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며 “미국이나 동맹, 파트너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도발수위를 부쩍 높이고 7차 핵실험까지 목전에 두고 있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다. 지난해 10월 미국의 국방전략보고서(NDS)와 핵태세보고서(NPR)에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하고 살아남은 시나리오는 없다”고 적시된 적은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북한에 대해 정권 종말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북핵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바이든의 경고는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 창설을 명시한 공동 성명 발표 기자회견장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차관보급 협의체인 NCG는 북핵·미사일에 대응해 미국의 핵우산(확장억제) 제공계획을 공유하고 한국의 첨단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전력을 결합한 공동작전을 함께 기획하고 실행하기 위한 방안을 정기적으로 협의하게 된다. 핵무기를 탑재한 전략 핵잠수함, 폭격기 등과 같은 미국의 전략자산을 더 자주 전개한다는 의미다. 그간 미국의 태도에 비춰보면 상당한 변화가 틀림없다.

한·미 간 공동성명과 바이든의 경고는 우리 국민을 향한 메시지도 담고 있다. 북핵 위협이 날로 고도화하면서 미국의 거듭된 방위공약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 사이에서 의구심이 커지고 있던 게 사실이다. 미국이 핵공격을 받으면서까지 한국을 지켜주겠느냐는 것이다. 바이든의 굳은 결의 표시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한국민의 불안감을 덜어주기에 충분하다. 북한전문매체 38노스에 따르면 얼마 전 북한 영변 핵시설에서 또 유지·보수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한다. 핵연료인 플루토늄을 새로 가공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핵탄두를 탄도미사일에 탑재하는 훈련까지 마친 북한의 7차 핵실험은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미국은 경고 못지않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NCG는 박근혜정부 때도 한·미 간 논의됐던 사안인 만큼 미측의 실천이 중요하다. 실행 의지가 부족한 구두경고로는 북한의 핵폭주를 꺾을 수 없다. 미국은 내달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도 강력한 대응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김정은이 핵을 가지는 것이 죽는 길임을 깨닫고 핵게임을 멈추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