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세는 사업자인 납세 의무자가 창출한 부가가치를 과세 대상으로 합니다. 이에 그 납부세액은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공제한 나머지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입세액이 실제로 발생하였다면 매출세액으로부터 차감되어야만 합니다.
한편 부가가치세법은 부가가치세의 납세 의무자가 되는 사업자들에게 일정한 협력 의무를 부과합니다. 과세관청에 등록과 이를 전제로 하는 세금계산서의 발급·교부가 바로 그것입니다.
세금계산서는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는 자와 공급받는 자 사이에 의무적으로 수수하게 함으로써 거래 증빙으로서 역할을 함은 물론이고 이를 통해 과세관청이 공급하는 자의 매출액과 매출세액 및 공급받는 자의 매입액과 매입세액을 대조·검증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전단계세액공제 제도의 근간이 됩니다. 또한 법인세나 소득세의 과세표준과 세액을 파악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위반이 있었을 때 부가가치세법은 공급자에게 가산세를 부과함에 그치지 않고, 매입세액 불공제의 불이익을 공급의 상대방에게 가하고 있습니다.
부가가치세법 제39조 제1항 제2호는 ‘세금계산서에 필요적 기재사항의 전부 또는 일부가 적히지 아니하였거나 사실과 다르게 적힌 경우의 매입세액은 매출세액에서 공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합니다.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공급하는 사업자의 등록번호와 성명 또는 명칭, 공급받는 자의 등록번호, 공급가액과 부가가치세액, 작성 연월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부가가치세법 제32조 참조). 즉 세금계산서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인정되면, 그에 적힌 매입세액의 전부가 공제 대상에서 배제됩니다. 전단계세액공제 방식의 부가가치세제에서 매입세액의 공제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엄청난 불이익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의 매입세액은 불공제되는 것일까요?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것이 법원 판단입니다. A는 소규모 사업자의 생활형 광고 대행업을 영위하는 법인 사업자로서 전국에 직영 및 비직영 가맹점을 두고 있었는데, 그 중 직영 가맹점은 A가 직원을 파견해 직원 명의로 개인 사업자등록을 해 운영했습니다. 그 사업자등록에 따라 세금계산서를 수수하여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했는데, 과세관청은 직영 가맹점의 실제 사업자가 A임을 전제로 직영 가맹점이 수수한 세금계산서를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로 보고 매입세액을 불공제해 부가가치세를 부과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세금계산서에 기재된 ‘공급받는 자의 등록번호’를 실제 공급받는 자의 등록번호로 볼 수 있다면 ‘공급받는 자의 성명 또는 명칭’이 실제 사업자의 것과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매입세액공제가 인정되지 않는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따라서 자기의 계산과 책임으로 사업을 영위하지 아니하는 타인의 명의를 빌린 사업자가 어느 사업장에 대하여 그 타인의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되 온전히 자신의 계산과 책임으로 사업을 영위하며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하는 경우와 같이 그 명칭이나 상호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업장이 온전히 실제 사업자의 사업장으로 특정될 수 있는 경우 그 명의인의 등록번호는 곧 실제 사업자의 등록번호로 기능하는 것이므로, 그와 같은 등록번호가 ‘공급받는 자’의 등록번호로 기재된 세금계산서는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공급받는 자의 성명 또는 명칭이 실제 사업자와 다르다고 하더라도 공급받는 자의 등록번호를 실제 공급받는 자의 등록번호로 볼 수 있다면 그 세금계산서는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그 매입세액은 매출세액에서 공제될 수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6두62726 판결 참조).
법원은 “A가 직영 가맹점에 대해 직원들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했을 뿐 이를 자신의 계산과 책임으로 직접 운영하면서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하였으므로, 세금계산서에 기재된 공급받는 자의 등록번호는 원고의 등록번호로 보아야 할 것이고,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매입세액은 매출세액에서 공제될 수 있으므로 과세관청을 처분이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김지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jieun.kim@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