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1분기 세금이 전년보다 24조원 덜 걷히며 나라살림에 빨간불이 커졌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3월 국세 수입이 87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1.6% 감소했다. 1∼3월 세수 감소 폭으로는 역대 최대다. 경기 둔화에 따른 기업 실적 부진과 무역 적자, 부동산 거래 급감 등으로 인해 3대 세목인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가 모두 줄어든 탓이다. 정부가 올해 세수를 재추계할 계획이라지만 단기간에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게 문제다.
재정당국이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막연한 낙관론을 펴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7개월 연속 수출이 줄면서 13개월 연속 무역적자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 20일 기준 무역적자가 265억8400만달러에 이른다. 넉 달도 안 된 시점에서 역대 최대 적자를 낸 지난해 478억달러의 절반을 넘으면서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순수출이 성장률을 0.1%포인트나 내렸다. 이달부터 연말까지 작년과 같은 규모의 세금을 걷는다고 해도 올해 세출 예산을 편성할 당시 잡은 세입 예산과 비교하면 28조6000억원 ‘펑크’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최후의 수단인 적자 국채 발행이나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에 나서는 것도 곤란하다. 이미 올 1~3월 국고채 발행량은 46조원으로 연간 발행한도의 27.4%에 이른다. 자칫 빚을 빚으로 메우는 악순환이 이어질까 걱정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공공기관 344곳 부채도 670조원으로 1년 전보다 87조6000억원 증가하면서 정부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정부가 8월 말까지 유류세 인하조치를 연장하는 등 올해 깎아주거나 환급해주기로 한 국세 감면액만 69조3000억원에 이른다.
당초 예상보다 큰 세수 차질이 우려되는 만큼 비상한 각오로 선제적 재정관리에 나서야 한다. 그렇다고 야당이 주장하는 ‘부자감세’ 논리에 휘말려 손쉬운 증세에 나서는 건 자충수다. 실효성 없는 땜질대책보다는 경기 활성화를 통해 세수를 늘리는 선순환이 필요하다. 아울러 편성된 예산 가운데 비효율적인 공공사업을 가려 불요불급한 예산에 대한 지출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고, 재정 집행 속도 조절에도 나서야 한다. 표를 의식한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등 비정상적인 세제의 정상화도 시급하다. 여야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퍼주기를 자제하고 재정준칙 도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
[사설] 1분기 세수 24조 펑크, 지출구조조정·재정준칙 시급하다
기사입력 2023-04-30 23:39:49
기사수정 2023-04-30 23:39:48
기사수정 2023-04-30 23: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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