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어제 잇단 설화로 논란을 빚은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 김 최고위원은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제주 4·3은 격이 낮은 기념일’ 발언이 논란이 됐다. 당원 200여명이 징계 요구서를 제출할 정도로 파문이 컸다. 태 최고위원은 ‘4·3은 김일성 지시’, ‘쓰레기(Junk) 돈(Money) 성(Sex) 민주당’, ‘김구는 김일성 통일전선에 당한 것’ 등으로 물의를 빚었다. 윤리위는 오는 8일 2차 회의를 열어 당사자 소명을 듣고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징계 수위가 국민 기대치에 부합해야 무너진 당 지지율을 회복하고 지도부의 리더십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보다 심각한 것은 김 최고위원이다. 시대 흐름에 동떨어진 김 최고위원 발언을 보면 그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윤리위 징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의 네 단계로 나뉜다. 당내에서는 중징계가 불가피하고 당원권 정지 1년 이상을 내려 내년 총선 출마도 막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시작만 요란하고 경미한 징계로 마무리돼서는 안 된다. 탈북자 출신인 태 최고위원의 발언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징계 결정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태 최고위원도 진중함을 길러야 한다. 남북문제 등에서 자신의 주특기를 활용하더라도 조급증이 앞서다 보면 탈이 나는 법이다.
국민의힘이 김 최고위원 논란에 미적거리며 당은 자중지란으로 치달았다. 전 목사는 최근에는 “목사님이 민노총 세력을 막아 달라”는 대통령실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해 또다시 논란을 불렀다. 상식 밖 극우인사가 대통령까지 거들먹거리는 상황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김 최고위원이 전 목사를 추켜세우는 발언으로 논란을 키웠는데도 이제서야 징계 절차에 착수한 국민의힘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오죽하면 홍준표 대구시장이 “전광훈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면 당도 아니다”라고 비판했겠나.
전 목사와 엮이는 것은 국민의힘 이미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확실하게 손절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단호한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총선 패배의 위기감만 커질 것이다. 아무리 총선 승리가 급해도 과대포장된 극우세력의 영향력을 곁눈질해서는 안 된다.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 여당이 전 목사처럼 극단적인 세력에 발목이 잡혀 휘둘릴 경우 오히려 중도층 민심의 엄중한 심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사설] 與, 잇단 설화 김재원 단호히 징계하고 전광훈 손절해야
기사입력 2023-05-01 23:08:32
기사수정 2023-05-01 23: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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