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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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당한 길냥이 살리자” 서영대 학생·주민 사흘간 1000만원 모아

학교 앞서 미니버스에 치여 제대로 치료 못 받고 동물보호소로 인계
서경대 경비원이 보호소 찾아가 길냥이 받아서 큰 동물병원으로 데리고 가 수술
모금 소식 들은 동물병원은 치료비 절반 할인해 줘
광주 북구에 위치한 서경대학교 인근에 사는 길고양이로, 줄무늬가 있어 학생들은 줄냥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줄냥이는 최근 큰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을 뻔 했으나 서경대 학생들과 경비원 김장원씨, 인근 주민들의 도움으로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사진=연합(독자제공)

 

서영대학교 학생과 인근 주민이 교통사고 당한 길고양이(길냥이)의 치료비를 모금, 사흘 만에 1000만원을 모았다. 

 

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광주 북구의 서영대 학생과 인근 상인은 근처를 오가는 길냥이들과 함께 잘 지내고 있다. 

 

그중 얼룩무늬여서 ‘줄냥이’라고 이름 붙인 고양이에게 큰 사고가 있었다. 지난달 25일 오후 5시께 서영대 정문 교차로를 달리던 미니버스가 줄냥이를 친 것이다. 버스에 치인 줄냥이는 튕겨 나갔고, 안구가 돌출되는 등 크게 다쳤다. 운전사는 줄냥이를 도로 옆에 놔두고 현장을 떠났다.

 

이를 본 대학 주변 애견미용숍 업주가 동물병원으로 옮겼다. 보호자가 없었기에 임시방편으로 진통제만 맞고 결국 지역 한 동물보호소로 인계됐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서영대 경비원 김장윤(67)씨가 동물보호소로 달려가 줄냥이를 데리고 큰 동물병원으로 갔다.

 

크게 다쳐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 김씨는 우선 살리고 보자는 생각에 줄냥이를 수술대에 눕혔다. 수술은 새벽까지 이어졌고 다행히 잘 끝났다.

 

다만, 수술비와 이후의 치료비가 김씨에게 남겨졌다. 당장 영수증에 찍힌 금액만 1200만원. 도저히 혼자 감당할 수 없는 금액에 김씨는 평소 줄냥이를 예뻐한 학생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 소식을 들은 학생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널리 도움을 요청했다. 동네 주민에게도 줄냥이 소식을 전하면서 수술비 모금에 적극 나섰다.

 

그렇게 사흘간 모인 게 약 1000만원, 700여명이 모금에 동참했으며 많게는 1인당 30만원을 후원한 이도 있었다. 모금을 위해 쓰인 은행 계좌에는 이체자 명에 자신의 이름 대신 ‘힘내’라는 문구가 쓰여 있기도 했다.

 

동물병원에도 소식이 전해졌고 진료비의 절반을 할인해 주겠다고 해 치료비 부담을 덜 수 있었다.

 

김씨는 “수의사에게 줄냥이 건강이 70% 정도 회복했다”고 들었다면서 “줄냥이도 잘 버티고 있다”고 최근 소식을 전해왔다고 한다.

 

이어 “자기 반려동물이 다친 것처럼 나서 준 서영대 학생들과 주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고 이런 사랑이 모여 줄냥이가 다시 눈을 뜰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정경인 온라인 뉴스 기자 jinori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