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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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안보실장 회담… 셔틀외교 복원 박차

양국 NSC 경제안보대화 개최
공급망·첨단기술·북핵 협력 논의

기시다 방한, 美 의식한 행보 관측
韓·美 동맹 강화가 日 자극 분석도
과거사 성의 있는 발언할지 주목

한·일 안보 수장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오는 7∼8일 방한을 앞두고 3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경제안보대화를 진행했다. 공급망, 첨단기술 등 경제 분야와 북핵 관련 안보 분야를 두 축으로 양국 간 협력을 심화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월 방일에 대한 답방 차원으로, 당초 예상했던 올해 여름보다 발 빠른 행보로 분석된다.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 대통령의 한·일 관계 개선 결단을 높이 평가하고 미 조야에서 일본의 호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 일본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왼쪽),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 연합뉴스, 뉴스1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한국을 찾은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한·일 안보실장 회담 및 NSC 경제안보대화를 가졌다.

기시다 총리의 ‘조기 방한’은 그 자체로 양국 셔틀외교 복원에 일본 정부가 의지를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가 더욱 의지를 갖고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대통령실은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이 이뤄진 데다 오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행사를 계기로 한 한·미·일 정상회담이 예정된 만큼, 기시다 총리의 5월 초 방한에 소극적인 기류였다. 현시점에서 일본이 과연 얼마만큼 ‘성의 있는 호응’을 보여줄지 의문이 있어서다.

이번 방한에는 일본의 ‘미국 눈치 보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미가 ‘워싱턴 선언’을 채택하고 핵협의그룹(NCG) 창설에 합의한 것도 일본을 자극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핵 대응에 미·일 동맹보다 한·미 동맹의 공조가 앞서가며 한·미·일 협력에 있어 일본이 따라가는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이번 워싱턴 합의 성과로 미 핵 전력과 한국 재래식 전력을 결합한 공동 훈련이 빈번해지면, 구체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국의 핵 응징 대응 관련 정보를 한국이 축적할 수 있는 점에서 획기적 조치로 평가된다. 윤 대통령의 ‘돌직구 스타일’로 인해 한국이 일본의 행보를 견인하는 외교적으로 드문 흐름이 만들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왼쪽),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하지만 기시다 총리가 당장 답방을 통해 풀어놓을 성의 있는 조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2일 “기시다 총리가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고 표명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지난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이 정도의 원론적 입장을 밝힌 바 있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통화에서 “기시다 총리가 ‘보여주기’식 행사만 하면서 아무 말도 안 하고 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추가적인 반성과 사과 입장이 아니어도 ‘강제징용자(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 측 표현)에 대해 그들의 아픔을 공감한다’ 정도의 발언을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내다봤다.

기시다 총리는 방한 기간 한일의원연맹 소속 여야 의원들과도 만날 전망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통화에서 “현재 만남을 조율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함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