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방한한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을 접견하고 “한·일 셔틀외교가 이어지면서 한·일 간 우호와 협력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공통의 가치에 기반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인 한국과 일본은 글로벌 복합위기 앞에서 서로 연대해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는 7∼8일 방한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한·일 관계 개선을 주도한 윤 대통령의 용기 있는 결단을 높이 평가하며 이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마음으로 이번 답방을 결심하게 됐다”는 메시지를 아키바 국장을 통해 전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아키바 국장을 만나 “안보는 물론 산업과 과학기술 분야에서 한·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한·일 간 협력의 폭과 깊이를 계속 심화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일 관계 개선과 그 편익이 국민에게 체감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다양한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키바 국장은 이에 “일본도 다양한 분야에서 한·일 간 협력을 확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최근 수단에서 한국 교민 구출 작전을 벌일 때 한국 정부가 일본인들을 함께 이송해준 것에 감사하고, 윤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빈 방미를 축하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기시다 총리와의 만찬 또는 친교 시간에 숯불 불고기를 포함한 한식상 대접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상에 오른 숯불 불고기를 가리키며 기시다 총리와의 식사 메뉴로써 어떠하냐고 물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한·일 정상회담 당시 만찬에 이어 2차 친교 시간을 가졌던 만큼 이번에도 같은 형식의 저녁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아키바 국장과 만나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합의한 한·일 NSC 경제안보대화를 열었다. 대통령실은 “양측은 강력하고 실효적인 대북 제재 시행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의 철저한 이행 등 단합된 대북 대응 과정에서 한일·한미일이 더욱 긴밀히 공조하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월 방일에 대한 답방 차원으로, 당초 예상했던 올해 여름보다 발 빠른 행보로 분석된다.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 대통령의 한·일 관계 개선 결단을 높이 평가하고 미 조야에서 일본의 호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 일본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시다 총리의 ‘조기 방한’은 그 자체로 양국 셔틀외교 복원에 일본 정부가 의지를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가 더욱 의지를 갖고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대통령실은 오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행사를 계기로 한 한·미·일 정상회담이 예정된 만큼, 기시다 총리의 5월 초 방한에 소극적인 기류였다. 현시점에서 일본이 과연 얼마만큼 ‘성의 있는 호응’을 보여줄지 의문이 있어서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2일 “기시다 총리가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고 표명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지난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이 정도의 원론적 입장을 밝힌 바 있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7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 계획의 안전성 검증을 위한 한·일 양자 차원의 과학 조사 필요성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는 방한 기간 한일의원연맹 소속 여야 의원들과도 만날 전망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통화에서 “현재 만남을 조율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함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