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수비의 대들보 김민재(27)가 유럽 빅리그 무대 데뷔 시즌을 우승이라는 완벽한 결과를 냈다. 김민재의 몸값은 이제 더욱 상승하게 될 전망이다.
김민재가 속한 이탈리아 프로축구 SSC 나폴리는 5일 이탈리아 우디네에서 열린 2022~2023 세리에A 33라운드 우디네세와 원정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승점 80을 기록한 나폴리는 2위 라치오(승점 64)와 격차를 16점으로 벌려 남은 5경기에서 다 지더라도 리그 1위 자리를 지키게 됐다.
2020년 세상을 떠난 아르헨티나의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가 뛰던 1989~1990시즌 이후 33년 만에 세리에A의 스쿠데토를 탈환한 나폴리는 팀 통산 세 번째 우승이다. 첫 우승 역시 마라도나가 뛰던 1986~1987시즌이었다.
한국 선수가 유럽 5대 빅 리그로 꼽히는 잉글랜드,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리그에서 우승한 것은 박지성, 정우영에 이어 김민재가 세 번째다.
박지성은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2007년과 2008년, 2009년, 2011년에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정우영은 독일 분데스리가 뮌헨 소속으로 2019년에 리그 정상에 올랐다. 다만 정우영은 2018~2019시즌 당시 뮌헨 소속으로 리그에 출전한 것은 1경기에 불과했다. 팀의 중심 선수로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은 박지성에 이어 두 번째인 셈이다.
그간 유럽 5대 리그 가운데 유독 한국인 선수의 진출이 적었던 이탈리아에서는 김민재가 한국 선수의 첫 우승이라는 기록을 썼다.
김민재는 올 시즌 나폴 리가 치른 33경기에서 32경기에 센터백으로 선발 출장하며 팀 수비의 중심 역할을 해냈다. 지난 시즌까지 나폴리의 주전 센터백이었던 칼리두 쿨리발리가 잉글랜드 첼시로 떠나자 나폴리는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뛰던 김민재를 영입했다.
K리그 전북 현대, 중국 베이징 궈안에 이어 2021년 페네르바체로 이적하며 유럽에 진출한 김민재의 유럽 첫 빅리그 진출이었다.
빅리그 첫 경험이지만, 김민재는 시즌 초반부터 맹활약하며 팀의 핵심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9월엔 세리에A 이달의 선수에 뽑혔다. 2019~2020시즌부터 시상하는 세리에A 이달의 선수에 아시아 국적 선수가 선정된 것은 김민재가 최초였다.
김민재가 중심을 잡으면서 나폴리는 이번 시즌 리그 최소 실점(23골)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도 나폴리는 31골만 내줘 AC 밀란과 함께 리그 최소 실점 팀이긴 했다. 팀 성적이 3위에서 우승으로 급상승하면서 나폴리의 김민재 영입은 ‘쿨리발리 대체자’ 이상의 효과를 낸 셈이다. 김민재의 몸값도 급상승했다. 축구선수의 시장 가치를 전문으로 다루는 트랜스퍼마르크트는 김민재의 이적료를 5000만유로(약 731억원)로 책정하고 있다. 시즌 초반이던 지난해 9월 2500만 유로에서 두 배가 오른 수치다. 터키에서 뛰던 2021년 10월에는 650만 유로였다.
외국 언론은 이번 시즌 나폴리 우승에서 김민재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AP통신은 나폴리 우승의 주역을 열거하며 이번 시즌 리그 득점 1위(22골) 빅터 오시멘, 지난해 8월 이달의 선수에 선정된 크비차 크바라트스켈리아와 함께 김민재를 지목했다. 김민재에 대해서는 “쿨리발리의 대체 선수로 영입했는데 빠르게 적응하며 9월의 선수에 뽑혔다”고 평가했다.
AFP통신 역시 이번 시즌 나폴리 우승에 묵묵히 기여한 '보이지 않는 영웅' 5명 가운데 한 명으로 역시 김민재를 선정했다. AFP통신은 김민재에 대해 “입단 초기만 하더라도 의문 부호가 달렸으나 지금은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됐다"며 이번 시즌 나폴리 수비력의 상당 부분은 김민재의 공헌”이라고 평가했다.
김민재는 스쿠데토 확정 후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영어로 벅찬 감정을 공유했다. 그는 “우리가 이탈리아 챔피언”이라며 “이 역사적인 순간의 일원이 돼 매우 행복하고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맨 마지막으로는 자신에게 유럽 빅 리그 데뷔 기회를 준 나폴리를 향해 이탈리아어로 ‘고마워요, 나폴리!’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