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벗은 밝은 얼굴로 광화문 광장을 오가는 시민들 모습으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굴레에서 벗어나 곧 예전의 일상을 찾을 것이라는 희망을 읽는다. 그러나 팬데믹이 가져온 비대면 문화는 앞으로도 한동안, 어쩌면 영원히 새로운 생활 양식으로 남게 될 것이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면서 산업 활동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의 정보통신기술(ICT) 및 바이오헬스 산업은 팬데믹 상황에서 더욱 규모가 커진 온라인 소비·비대면 의료·진단기기·바이오의약품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가능성을 창출해 나가고 있다.
비대면 또는 온라인 시대에는 최신 ICT 기술을 이용한 정보의 생성, 제공 및 활용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건의료 데이터와 같이 민감한 자료의 경우 정보 주체(개인), 정보 생성에 관여한 의료 기관 및 정보를 활용하려는 집단 간에 가치관의 충돌이 있을 수 있다. 정부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및 활용의 원칙, 제공자의 동의, 기관심의위원회(IRB)를 통한 연구 계획의 사전 승인, 가명 처리 방법 등을 규정한 관련 법령을 손질하여 보건의료 데이터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활용 방안을 마련 중이다.
지난 3월 발표된 ‘바이오헬스 신산업 규제혁신 방안’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개인 차원의 상시 건강 관리에 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미래 신산업으로 등장한 디지털·바이오헬스 분야의 발전을 도모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엿보인다. 다수의 국내 선도 기업이 2022∼2023년을 디지털 헬스케어 원년으로 선언하였고, 최근 들어서는 첨단 바이오·디지털 및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의료기기 및 기술이 그 잠재성을 인정받아 보건의료 시장으로 진입하였다. 마이데이터 시대의 필수 요소라 할 수 있는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의 근거 신설 등 개인의 자율과 통제권 아래에서 책임 있는 데이터 활용을 이끌 개인정보 보호법 전면 개정안 역시 지난 3월14일 공포되어 연내 실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에도 보건의료 분야는 국민 건강 및 안전을 직접 다루는 데다가 많은 집단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원만한 합의가 쉽지 않다. 지속적인 개선에도 의료법·생명윤리법 등에서는 연구 및 산업 현장에서 보건의료 데이터의 수집 및 활용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아직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지난해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3건의 디지털(혹은 스마트) 헬스케어 관련 법안을 합리적인 형태로 정리하여 입법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사회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여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을 끌어냈듯이, 보건의료계의 이해 당사자들은 이 분야의 특수성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곧 다가올 미래에 대비한다는 각오와 함께 열린 마음으로 사회적 합의에 나서야 한다. 과거의 질서에 집착하면 변화하는 내일에 대응할 수 없다. 꼭 필요한 법령은 합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합의를 이루어 신속하게 제정 및 개정을 추진하고, 기존의 법령은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규제 회색 지대를 제거함으로써 사회 구성원 모두가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반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