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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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WHO 코로나 비상 해제, 비대면 진료 후속 입법 서두를 때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5일 코로나19에 대한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3년4개월 만에 해제함에 따라 우리 방역 당국도 발 빠르게 후속 조치에 나서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어제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를 연 데 이어 조만간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 회의를 갖고 최종 대응 조치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일상회복 로드맵’에 따르면 위기경보가 ‘심각’에서 ‘경계’로 한 단계 하향 조정될 게 확실하다. 확진자 격리 기간은 7일에서 5일로 줄고 입국 후 3일 차에 권고하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도 생략된다. 임시선별검사소 운영과 범정부 차원의 중대본 대응도 종료되고 신규 확진자 숫자 등 통계도 주간 단위로 발표된다. 오는 7월에는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이 2급에서 4급으로 조정돼 일상 의료 체계 복귀와 격리 의무 등이 해제되는 2단계 조치가 이뤄진다고 한다.

그렇다고 7억6500만여명이 감염되고 690만여명이 사망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끝난 건 아니다. 국내 신규 확진자 수는 한때 1만명 아래로 떨어지더니 최근 2만명대를 넘나들고 있다. 80세 이상의 치명률은 무려 1.91%에 달한다. 미국의 감염병 전문가들은 2년 내 오미크론과 같은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WHO의 PHEIC 해제로 개인의 자율 방역이 더 중요해졌다. 완전한 일상 회복은 내년이 되어야 가능한 만큼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 이후 호흡기 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팬데믹 3년간의 공과를 분석해 고위험군·취약시설 등에 대한 세밀하고도 선제적인 방역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위기 단계 하향으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가 법적 근거를 잃는다는 게 우려스럽다. 2020년 2월 한시 적용 이후 3년 동안 비대면 진료 이용자 수는 1400만명에 이른다. 의료 시설과 거리가 먼 도서·벽지 주민들은 물론 소아과 대란 사태에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큰 역할을 했다. 정부가 후속 입법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시범사업으로 비대면 진료를 이어 나간다지만 미봉책일 뿐이다. 지금 국회에 상정된 관련 법 개정안은 재진 환자와 만성질환자만 비대면 진료 대상이다. 3년간의 비대면 진료 통계를 살펴보면 코로나19 재택 치료를 뺀 일반 질환 진료의 80% 이상이 재진이었다. 국회가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대상을 초진까지 확대하는 비대면 진료 후속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