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가 날리면 코로나19 감염률도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독일 헬름홀츠 환경의학연구소, 미국 컬럼비아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최근 꽃가루에 노출되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꽃가루의 관계에 주목해, 세계 31개 국가에서 꽃가루 수의 증감에 따른 코로나19 감염률 변화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률의 변동성에서 44% 가량은 꽃가루 노출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꽃가루 수가 증가하고 나흘째에 코로나19 감염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1㎥에 꽃가루가 100개 있으면 코로나19 감염률은 4% 증가한다. 이는 봉쇄 등의 강력한 방역 조처가 없는 경우다. 강력하게 봉쇄 중이라면 감염 증가율은 절반으로 떨어진다.
루이스 지스카 컬럼비아대 교수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꽃가루들도 코로나19 감염률 증가와 상관관계가 있었다”면서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에는 되도록 실내에 머물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참고로, 연구팀의 연구 논문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지난달 말에 실렸다.
문제는 기후 변화로 꽃가루가 더 많이 더 오래 날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6일 국립기상과학원에 따르면 올해 참나무 꽃가루는 4월4일부터 날렸다. 참나무 꽃가루는 알레르기 유발성이 강한 꽃가루로, 해마다 4월 중·하순에서 5월 초순에 가장 많이 날린다.
그런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8일 정도 빨리 날린 것. 최근 10년 새 가장 이른 시점에 꽃가루가 관측됐다는 설명이다.
꽃가루 양도 많아졌다. 지난달 21일까지 측정된 누적 참나무 꽃가루 양(국립기상과학원의 채집기 한 대에 포집된 누적량)은 7830개로 전년도 봄보다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 수치다.
꽃가루 종류가 동시에 세 개나 발견됐다. 발견된 세 종류는 참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꽃가루로, 이 세 종류의 꽃가루는 1주일 정도의 시차를 두고 날린다.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가 앞당겨지고, 양은 많아지고, 동시에 여러 종류가 발견된 원인에 대해 기상과학원은 기후변화를 꼽았다.
앞서 한양대 의대 소아청소년과의 오재원 교수 연구팀은 1997년 7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서울과 구리지역에서 꽃가루를 채집해 분석한 결과 봄철 꽃가루가 날리는 기간이 20년 만에 45일 늘어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꽃가루 날리는 시기가 당겨지고 있는 건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다.
미국 유타대 연구팀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근 논문에서 “기온 상승과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이 복합 작용해, 북미의 꽃가루 시기가 1990년 대비 평균 20일 빨라지고, 꽃가루 수가 21% 많아졌다”고 기술했다.
꽃가루가 인간의 면역체계에 이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건 이전 연구들에서도 밝혀진 내용이긴 하다. 꽃가루가 항바이러스 반응을 일으키는 단백질 활동을 방해해 우리 몸을 바이러스에 취약하게 만든다는 게 골자다.
즉,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꽃가루가 날리는 봄철에는 각종 질병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므로 건강에 더욱 유념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