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촉진 없이 현행 구조가 지속될 경우 우리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 종사자가 10년 후 24만명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청장년층이 줄어드는 데 따른 것이다. 제조업 종사자를 늘리기 위해 현재 주요 7개국(G7) 평균의 절반 수준인 외국인 인구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9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산업별 고용인력 변화와 정책대안별 효과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448만명에서 2032년에는 424만명으로 24만명(5.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혜진·정종우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지역별 고용 조사 자료를 이용해 산업별로 특정 산업에 계속 고용될 확률(잔존비율)을 계산한 뒤 장래 인구추계 정보를 반영해 향후 10년간의 종사자 수를 추정했다. 산업 구분은 종사자들의 학력을 기준으로 고숙련 제조업(자동차·전자기기·화학), 저숙련 제조업(식료품·의복·고무·플라스틱), 고숙련 서비스업(금융·보건·교육·IT), 저숙련 서비스업(도소매·음식·숙박) 4가지로 구분했다.
분석 결과 인구 추이가 이어질 경우 10년간 제조업은 고용이 감소하는 반면, 서비스업은 인력이 늘어나는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저숙련 제조업은 지난해 196만명에서 2032년 176만명으로 10.2%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고숙련 제조업의 경우 같은 기간 252만명에서 248만명으로 1.6% 줄 것으로 추산됐다.
고숙련 서비스업과 저숙련 서비스업의 고용인원은 각각 738만명과 1177만명에서 772만명과 1217만명으로 4.6%, 3.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 연구위원은 제조업 인력 감소에 대해 “청장년층 감소의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며 “저숙련 제조업의 경우 일부 하위산업의 사양화 과정에서 고용이 축소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 고령층, 외국인 고용촉진 정책이 산업별 취업자 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한 결과, 외국인 인력 유치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2019년 기준 전체 인구의 3.8% 수준인 외국인 비율을 G7 평균 수준인 7.8%로 높이면 2032년에 고숙련 제조업 인구는 기존 전망치(248만명)보다 15만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저숙련 제조업 종사자도 11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업 종사자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번 분석은 국내에 유입되는 외국인력이 내국인과 같은 수준의 숙련도를 가질 것으로 가정했다. 저숙련 직종에 주로 종사하는 현실과는 다르다는 한계가 있지만, 인구변화로 인한 노동수급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숙련된 외국인력의 유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이같이 분석했다는 게 한은 측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일자리 선호도, 외국인의 정착 과정의 사회적 비용 등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단기간의 외국인력 유치가 효과적으로 이뤄지면 미래 노동, 인구의 감소 및 수급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수치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65.9%인 30~44세 여성 고용률을 G7 평균 수준(70.2%)으로 높이면 고숙련 서비스업 종사자가 15만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50~64세 고령자 고용률이 일본 수준(2019년 기준 한국 67.0%, 일본 76.8%)까지 오를 경우 저숙련 서비스업 취업자는 70만명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