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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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상 측 “뇌물 대가가 뭐냐”… 유동규 “‘동생’ 칭호 자체가 혜택”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뇌물을 준 대가로 ‘동생’ 칭호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전 실장 측은 민간업자들의 요구를 자신과 이 대표 모두 들어주지 않았다며 유착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유 전 본부장은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정 전 실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전 실장은 대장동 개발 민간 사업자들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민간 업자 보통주 지분 중 24.5%(공통비 공제 후 428억원)를 나누기로 약속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정진상(왼쪽), 유동규

정 전 실장 변호인은 뇌물을 받기로 했다면 대가가 있어야 한다며 어떤 특혜를 받았는지를 따져 물었다.

 

이에 유씨는 “(정 전 실장의) 동생이라는 칭호를 받은 그 자체가 혜택”이라며 “정진상은 이재명만큼 힘이 있는 사람으로, 성남시·경기도 모든 공무원이 다 알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대장동 일당의 5대 요구를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이 하나도 들어준 것이 없다며 뇌물의 대가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5대 요구란 △민간개발 허가 △1공단 공원화·대장동 사업 분리 개발 △환지 방식 토지 보상 △민간업자가 원하는 구획지정 △공개경쟁 입찰이 아닌 민간업자 선정을 말한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대장동팀에 들어온 뒤 김씨가 주도하는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최종사업자로 선정된 전체 과정을 뇌물의 특혜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이 사업자 선정은 유 전 본부장이 기획본부장으로 있었던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진행되는 것이라고 재반박하자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 시장의 권한에 의해서 모든 과정을 보고하고 공유해 저희가 실행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유 전 본부장은 변호인이 자신의 검찰 진술 번복 내용을 파고들며 신빙성을 흔들자 “안 하려 했는데 정진상 반대신문을 해서 어떤 놈인지 다 밝힐 것이다. 술집 가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 밝힐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언급되는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2014년 이후 이 대표에게 소개했다고도 증언했다. 그는 “2014년 이후부터 최재경을 (성남시장이던) 이재명에게도 소개했다. (성남시) 수내동의 복집 제일 끝방에서 만나게 해줬다”며 “최재경이 이재명에게 다른 분도 소개하고 그러면서 종종 뵀다”고 증언했다. 최 전 수석은 2014년 7월 인천지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 유 전 본부장은 앞서 지난달 18일 이같은 소개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라고 공판에서 증언했다.

 

유 전 본부장은 최 전 수석은 김만배씨의 소개로 알게 됐다면서도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으나 그의 주장대로라면 최 전 수석에 검찰에서 근무했던 2014년 이전이 된다. 다만 유 전 본부장이 증언한 이 시점(2014년)은 김씨의 진술보다 적어도 5∼6년가량 앞선다. 김씨는 지난해 9월 검찰 조사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최 전 수석을 소개해준 시점을 2019∼2020년으로 기억한다며 서울 서초동에서 세 사람이 함께 식사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김씨가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최 전 수석에게 검찰 수사 무마 등을 청탁했고 이 대가로 50억원을 약속한 것으로 의심한다. 당시 검찰은 대장동 사건이 불거진 2021년 9월 최 전 수석이 김씨에게 관련 보도와 여론 동향을 지속해 알려줬다는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제시했지만 김씨는 “수사 청탁이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다.

 

재판부는 이달 16일까지 유 전 본부장 신문을 마무리한 뒤 민간업자 남욱씨와 정영학씨의 증인 신문을 할 예정이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