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의 기본배달료는 건당 3000원으로 10년간 동결돼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소속 배달노동자 200명이 10일 배달을 멈췄습니다. 이들은 국회 앞에 모여 생활임금보장 등을 촉구하며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오토바이를 끌고 행진했습니다.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입을 벌충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하거나 속도경쟁을 하는 현실을 알리겠다는 겁니다. 배달의민족(배민)이 조합원은 이날 하루 파업하며 행진에 동참했습니다.
배민 배달요금은 평균 3000원 수준, 최고 8000원대입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서울 시내 배민 배달요금은 통상 3000∼4000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단건배달을 하는 배민1은 4000∼5310원 수준이고, 배민과 배민1 모두 거리구간에 따라 최고 8000원대까지 오르기도 합니다. 여기에 자영업자들이 부담하는 배달요금까지 더해지면 배민이 배달요금으로 받는 금액은 더 늘어납니다.
이 중 배민 라이더가 가져가는 요금은 정말 건당 3000원으로 10년째 동결돼 있을까요? 라이더가 3000원만 가져간다면 나머지 요금은 어떻게 처리되는 걸까요? 세계일보가 알아봤습니다.
◆배민 “남은 요금은 배달서비스 운영에 사용”
배민 라이더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기본배달료가 그동안 3000원으로 유지된 건 맞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2020년 단체협상을 통해 배차 중계 수수료를 면제해 건당 200원의 상승 효과가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수당 개념으로 추가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고도 말합니다. 우아한 청년들 관계자는 “3000원은 ‘기본요금’일 뿐이며 기상 할증이나 거리 할증 등 각종 프로모션으로 라이더 수고를 반영하고 있다”며 “우천시에는 1500원을 추가로 지급하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배민은 소비자와 자영업자가 지불한 배달요금 중 라이더에게 지급되지 않은 요금 또한 플랫폼의 수익보다는 배달서비스 관리에 사용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달비는 배달 수요와 라이더 공급에 따라 변동성이 심하다”면서 “(라이더 지급 비용 외 요금은) 안정적인 배달 시장을 만들고 라이더 관제센터 등 전반적인 배달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한 경비로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라이더 “프로모션 아닌 기본배달료 올려야”
라이더유니온 측은 프로모션 방식으로 지급하지 말고 기본배달료를 인상해달라고 맞섭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프로모션은 정상적인 임금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프로모션은 배달 주문이 몰릴 때, 비나 눈이 올 때 등 ‘회사’의 필요에 의해 진행되고, 언제든 회사가 원하면 프로모션은 사라진다는 설명입니다. 구 위원장은 “코로나 엔데믹 이후 프로모션 지급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며 “기본배달료를 적정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배달 종사자 1200명을 조사한 결과 배달종사자는 월평균 약 25.3일을 일하며 약 381만원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 보험료와 렌탈료 등으로 지출하는 95만원을 제외하면 순수입은 월평균 약 286만원에 그칩니다.
이같은 저임금·고강도 노동현실이 라이더를 ‘도로 위의 무법자’로 만든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위 조사에서 라이더 10명 중 4.3명은 최근 6개월간 교통사고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주요 사고 원인으로는 ‘촉박한 배달시간에 따른 무리한 운전’이 42.8%로 가장 많았고, ‘상대 운전자의 미숙 또는 부주의’가 41.4%, ‘배달을 많이 하기 위한 무리한 운전’이 32.2%로 뒤이었습니다. 이들은 근로여건 개선을 위해 배달 수수료 체계 개선(43.8%)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시민들 “소비자·소상공인 부담 늘어날까 걱정”
배달요금에 대한 시민들 반응은 분분합니다. 우선 그동안 소비자와 자영업자가 부담한 배달요금이 인상된 점을 고려하면 기본배달료가 오르지 않은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요즘은 배달료가 너무 올라서 그냥 배달을 잘 안 시키게 되더라고요.” 직장인 오모(29)씨는 “배달의민족 플랫폼이 생긴 초반에는 배달비가 1000원 정도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3000원씩 내고 있다”며 “배달비가 너무 올라서 요즘은 주문할 때 배달비가 낮은 순으로 나열해 음식을 고르거나 포장 주문을 해서 직접 음식을 찾아온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배달비는 계속 올랐는데 라이더가 받는 돈은 왜 그대로인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최저임금 인상률과 비교해봐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직장인 전모(28)씨는 “배달 소요시간이 건당 30분이라고 가정하면 시간당 6000원을 받는 건데, 최저시급도 안 되지 않냐”며 “최저시급 수준으로 배달요금이 올라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최저시급은 9620원으로 10년 전인 2013년(4860원)과 비교하면 두배 수준입니다.
반면 애초 라이더들이 9년 전부터 높은 임금을 받았던 게 아니냐는 반응도 있습니다. 직장인 홍모(29)씨는 “최근도 아니고 9년 전부터 3000원씩 받았다니 놀랍다”고 말했습니다.
라이더 요구대로 배달요금이 인상될 경우 소비자와 소상공인이 부담하는 요금도 따라 오를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잖습니다. 서울 용산구에서 18년째 분식집을 운영하는 조희숙(63)씨도 “9년 동안 배달기사 요금을 안 올렸다면 올리긴 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자영업자 수수료까지 올라간다면 가격이 부담돼 배달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직장인 박모(28)씨도 “요즘 배달비가 너무 비싸다”며 “코로나19 때처럼 무조건 배달시켜 먹어야하는 것도 아니다보니 배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진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 현재 배달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소비자의 50.1%, 소상공인의 75.9%가 “배달비가 비싸다”고 답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