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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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저성장 쇼크·쌍둥이 적자 악화일로… ‘풍전등화’ 한국 경제

1%대 성장, 일본식 장기 불황 우려
무역적자 늘고 나라 살림도 빚 수렁
수출 활력 불어넣고 구조개혁 해야

한국 경제가 말 그대로 풍전등화의 위기 상황이다.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어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1.5%로 낮췄다. 정부·한국은행의 전망치 1.6%보다 낮고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수준이다. 세계경제성장률(IMF 2.8%)뿐 아니라 2% 안팎의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한다. KDI는 반도체 경기 반등과 중국 경제의 회복이 더딜 경우 성장이 1%대 초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해외 글로벌 투자은행에서는 역성장 전망까지 나온다. 일본식 장기 불황의 터널에 갇혔다는 우려가 가실 줄 모른다.

무역과 재정적자가 동시에 발생하는 쌍둥이 적자의 그늘도 짙어 간다. 반도체 불황과 대중 수출 부진 여파로 무역수지는 14개월 넘게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 초부터 이달 10일까지 누적 적자액이 294억1200만달러에 달한다. 사상 최대였던 작년 적자액의 62% 수준이다. 나라 살림은 빚 수렁에 빠진 지 오래다. 세수 격감 탓에 재정수지 적자는 1분기 54조원으로 정부의 연간 전망치(58조2000억원)에 육박한다. 국가부채도 3개월 만에 20조원 이상 불어 1053조6000억원에 이르렀다.

쌍둥이 적자는 소규모 개방 경제이자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악재다. 대외 신인도 하락과 자본 유출, 금융·외환 불안 등 온갖 부작용을 야기하며 국가적 위기로 비화할 수 있다. 이런데도 정부의 대응에서 위기감은 찾기 힘들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올 하반기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할 것”이라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년간 복합위기에 선제 대응했고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했다고 자화자찬까지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제 “2년 차 국정은 경제와 민생의 위기를 살피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고 했다. 말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우선 쌍둥이 적자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다. 정부는 무역 금융 확대와 수출 시장·품목 다변화 등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무역적자를 반전해야 한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한·미, 한·일 통화스와프 등 외환 안전판 구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기 바란다. 저성장에서 탈출할 방법은 기업 경쟁력 강화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기업들이 반도체·자동차·바이오 등 주력·첨단 분야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정부와 국회는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줘야 한다. 재정 퍼주기 대신 노동·공공·금융 등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것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