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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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규제에 신음… 낙찰하한선 상향 조정을”

중소 선박업체 대표들 호소

관공선 계약 최근 3년 98건, 1조4000억
국내 총 선박 수주량의 1% 수준에 불과
14개 업체가 부도·폐업 위기 ‘경영난’

“조달청서 주요 장비를 관급으로 대체
장비 실제 구매액과 부합되게 보전을”

“조선업계 호황이라지만 현실은 원자재 값과 임금 상승으로 어렵다. 선박업계 고질적 문제인 낙찰하한선을 현행 88%에서 95%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달라.”

“최근 1∼2년 사이 물가는 30∼40% 올랐는데 계약금액은 요지부동이다. 적정 계약금액 보장이 선박 품질을 보장한다.”

“조달청에서 주요 장비를 관급으로 대체하거나 기초금액 산정 시 주요 장비 금액을 실제구매 예상금액과 부합되도록 보전해달라.”

이종욱 조달청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10일 부산시 소재 동일조선(주)을 방문해 중소선박업체 대표들과 현장간담회에서 관공선 계약제도 개선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조달청 제공

지난 10일 오전 부산 사하구 동일조선 회의실. 중소선박업계의 불합리한 계약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나왔다. 이날 인천·부산·거제 등 전국에서 모인 중소선박업체 대표들은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현장을 찾은 이종욱 조달청장에게 “조선업계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부당한 계약제도 개선과 규제 혁신이 시급하다”고 요구했다. 간담회는 현행 ‘관공선’(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소유운영하는 공무용 선박·1000t 미만) 입찰제도의 불합리한 규제 및 관행 개선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11일 조달청에 따르면 관공선 건조와 관련한 212개 업체 가운데 95%인 중소기업이 202개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관공선 계약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모두 98건, 1조4000억원 규모로 진행됐다. 지난해 기준 계약 금액은 5463억원으로 국내 총 선박 수주량인 57조5800억원의 1% 수준이다. 해양경찰청과 해양수산부 소속 기관 계약 금액이 전체 계약 금액의 75.6%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지자체와 맺는 계약이다. 2005년 이후 14개 중소 조선업체가 부도·폐업할 정도로 많은 업체가 경영난을 겪고 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중소선박업체 관계자들은 현장 여건과 맞지 않는 발주기관과의 계약 조건 폐단을 호소했다. 업계는 가격 중심의 낙찰제도 개선, 적정 납품 금액 보장, 물가 상승분 계약 금액 반영, 불합리한 특약 조건 삭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수환 동성조선 대표는 “공공선박을 수주하면 최대 4년이 걸리는 경우가 있는데, 현재처럼 공공선박의 건조예산 확보 시점과 발주시점, 건조시점이 차이가 많이 나는 상황에서 낙찰하한선인 88% 선에서 계약이 체결될 경우 원활한 기자재 구매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정상적인 선박건조 계약 이행에 많은 애로와 리스크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공공선박의 조달 구매 시 계약금액 현실화가 필요하다”며 “물품 특성을 고려해 낙찰하한선을 95% 이상으로 높여달라”고 강조했다.

권성훈 한일뉴즈 대표는 “일부 수요기관 공공선박 입찰 시 건조사양서상에 주기관 등 각종 주요장비 특정메이커 제품을 사용토록 제한하고 있다”며 “장비선정위원회에서는 일부 메이커의 경우 대리점까지 지정하는 등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거래조건에 경제적인 불이익을 보면서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종욱 조달청장은 “조선업은 우리나라 수출산업을 견인하는 중요한 핵심 산업으로 중소조선업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상반기 중 관계부처와 협의해 관공선 계약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중소조선사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이어 “민·관합동규제혁신위원회에서 모두 138건의 조달현장 그림자 규제혁신과제를 발굴·개선해 경제활력 제고와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올해는 그림자 규제혁신 노력과 함게 공공조달 전반의 ‘묵은 규제’를 톱다운(총액배분 자율편성제) 방식으로 적극 개선하는 작업도 병행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