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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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김남국 코치로 코인했나" vs 이재명 "즉각 전수조사"

與野 ‘김남국 코인사태’ 확전

與 코인게이트 진상조사단 출범
“金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 등 검토”
게임업계 로비 신고센터도 운영

金 의원직 즉시 사퇴 요구 빗발
국회 윤리특위 위원들 16일 회동
金 징계절차 논의 여부 이목 쏠려

金 ‘상임위 중 코인투자’엔 “반성”
“소액 거래… 몇천원 수준” 해명도

李 “향후 강력 혁신정책” 밝혔지만
본인 리스크 탓 온정주의 비판론
비명계 “李, 거취 결단” 잇단 압박
고질적 계파 갈등 재점화 조짐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이 촉발한 국회의원의 가상자산(코인) 투자 및 보유 논란이 정치권 전체로 번지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여당에서 제기한 의원 코인자산 전수조사 요구에 “즉각 조사”로 맞받았고, 국민의힘은 코인게이트 진상조사단을 띄우며 확전 채비를 갖췄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15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 대표 본인이 권력형 부정부패 혐의로 검찰과 법정을 오가는 신세인지라 김 의원에 대한 사퇴 요구를 주저하는 것은 아닌가”라며 “혹시 이 대표 자신도 김 의원 코치에 따라 코인 투기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은 아닌지 궁금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어린이 안전 포럼 주최 어린이 안전 헌장 선포식에 참석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뉴시스

그러자 이 대표는 “여야 전수조사에 응하라”고 빠르게 맞대응했다. 이 대표는 “제가 보기에는 김 대표나 측근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가상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는 한다”며 “우리가 제안한 대로 여야 의원 전수조사를 즉각 실시하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지난 8일 의원 코인자산 전수조사를 처음 주장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코인 재산도 다 공개하는 건 당위의 문제”라며 “다만 부동산과 달리 해외 거래소나 ‘콜드월릿’(온라인에 연결되지 않은 지갑) 등 기술적인 검증 문제가 있어 투명하게 확인하기 위한 방법론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코인게이트 진상조사단을 출범하고 16일 첫 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김성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 세대 아픔과 분노, 울분을 풀어드리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간에서는 ‘조국 흑서’ 저자 김경율 회계사와 금융·가상화폐 전문인 김정철 변호사 등 11명이 참가한다. 진상조사단 간사를 맡은 윤창현 의원은 “조사단은 주 2회 회의를 열어 김 의원의 코인 거래 내용을 분석하고 그 결과 공직자윤리법 위반이나 정치자금법·선거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신고센터도 운영해 게임업계의 정치권 로비 의혹 등도 살펴볼 방침이다.

여권은 이날 김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정우택 국회부의장. 연합뉴스

여당 소속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검찰은 신속 엄정 수사로 의혹 전모를 밝히고, 김 의원은 즉시 의원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도 SBS라디오에 나와 “적절하지 않은 수익, 세수를 받으면서 ‘투잡’(겸업) 뛴 건데 의원직 상실 정도 갖고 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얻었던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부당이익은 다 토해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16일 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모여 위원회 구성과 향후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다. 여기서 김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가 논의될지도 관심사다. 현재 윤리특위에는 지난해 10월부터 쌓인 의원 징계안 16건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가상자산(암호화폐) 이상 거래 의혹 논란에 자진탈당을 선언한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한편 김 의원은 이날 친야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국회 상임위 회의 중 코인 투자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두말할 여지 없이 반성하고 성찰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자신의 코인 의혹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것에 대해서는 “윤석열정부의 실정을 이 이슈로 덮기 위해 의도적으로 흘린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며 “국가 기관이나 수사 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얻어서 기사를 쓴 것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상임위 회의 중 코인 거래 규모를 두고는 “너무 소액이어서 정확히 기억을 못 한다. 몇천원 수준일 것”이라고 해명했다. 숨겨둔 가상자산이 더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거래, 잔고내역, 이체증명서를 투명하게 공개했다”고 반박했다.

 

◆김남국 논란에… 다시 불붙은 ‘이재명 거취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거액의 코인 투자 및 보유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한 당내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이 대표가 스스로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어 당내 도덕성 시비가 생겼을 때 단호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자신의 핵심 측근인 김 의원에 대한 지도부 대응이 늦어진 것을 두고 온정주의 때문 아니냐는 눈총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이 대표의 중앙대 후배이자 ‘7인회’ 구성원으로 최측근으로 꼽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쇄신 의총과 관련, “많은 의원들이 총의를 모아 주었고 당원과 지지자 여러분들이 당의 혁신과 개혁을 소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과 당원, 의원, 당 구성원 의지를 존중해 향후 강력한 혁신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어제 (국민께) 보고드린 내용은 이 대표와 당 지도부에 말하고 깊게 협의해 신속하게 현실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가 혁신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지만 비명(비이재명)계는 이 대표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상민 의원은 “재창당 각오로 반성하고 쇄신한다는 결의가 실효성이 있으려면 기존의 구조물이자 쇄신 대상인 이 대표와 그 맹종파에 대한 조치가 선결돼야 할 것”이라고 이 대표를 정조준했다. 이원욱 의원은 YTN 인터뷰에서 “어느 순간에는 이 대표 스스로가 거취를 결정하고 결단을 내려 줬으면 좋겠다”고 압박했다.

 

박용진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정치적, 도덕적 논란에 휩싸여 있지만 민주당의 대표”라며 “쇄신의 칼을 쥐고 휘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가 직접 강도 높은 쇄신에 나서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더 거센 재신임 요구에 직면할 것이라는 뜻이었다.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가 결국에는 스스로 물러나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살기 위해서는 총선 압승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최선의 정치적 선택을 할 것”이라며 “총선 전 혁신 경쟁이 일어날 것인데, 핵심은 내려놓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앞서 5선 중진 설훈 의원은 전날 쇄신 의총에서 “이 대표는 (차기 대선 출마 등) 정치를 길게 할 분이기 때문에 멀리 보고 지금은 당을 위해 결단해야 한다”고 거취 표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명계의 공세에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전날 쇄신 의원총회가 사실상 이 대표 체제를 겨냥한 것이라는 불만도 감지되며 계파 간 갈등도 재점화할 조짐이다.

 

민주당 청원게시판에는 양소영 대학생위원장 등 청년 정치인 징계를 요구하는 글이 게시됐다. 김 의원을 직접 언급하며 비판한 양 위원장과 이동학·박성민 전 최고위원이 ‘내부총질’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조병욱·배민영·유지혜·김현우·최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