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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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요청에 아내 병원 데리고 갔더라면...” 법정서 ‘인천 흉기난동’ 피해자 남편 울분

전직 경찰관 2명 직무유기 혐의 재판서 증인으로 나서 법정 최고형 촉구...“그때만 아내 데리고 갔더라면 심정지·뇌 괴사 없이 평범한 생활 할 수 있었을 것” 주장
2021년 11월15일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범행을 목격한 당시 B순경(왼쪽)이 계단을 뛰어내려오다 피해자의 남편(가운데), A 경위와 마주치는 모습. 피해자 측 제공

 

2021년 발생한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피해자 가족이 법정에 출석해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들의 부실대응 정황을 증언하면서 엄벌을 촉구했다.

 

인천지법 형사 17단독 이주영 판사는 15일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A(49·남) 전 경위와 B(25·여) 전 순경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사건 피해자인 40대 여성의 남편 C씨는 증인으로 출석해 “사건 당시 탈진해서 (아내를 병원에 데리고 가달라고) 도움을 요청했으나 경찰관들은 바로 조치하지 않았다”며 “그때만 데리고 갔어도 뇌는 다치지 않았을텐데 안타깝고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관들이 밖에 있는 사이 제가 칼등으로 범인을 기절시켜 제압했더니 뒤늦게 올라왔다”며 “그런데 경찰관들은 범인을 데리고 내려가면서 바닥에 흥건한 피도 밟지 않으려고 피했고 아내를 같이 데려가달라는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때만 아내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더라면 심정지도 없었을 것이고 뇌가 괴사하는 일도 없이 지금쯤이면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당시 사건으로 딸의 얼굴에 흉터가 생겼으며 정신과 치료까지 받게 됐다고 토로했다.

 

C씨는 “(현장에 있었던) 저희 딸은 아내가 범인에게 칼을 맞고 쓰러지는 걸 바로 앞에서 목격했다”며 “범인이 칼을 찌르는 것을 손으로 막고 대치하다 얼굴에 상처를 심하게 입어 성형외과 교수는 영원히 남을 거라고 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극심한 트라우마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술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한다”며 “대학병원에서도 딸에게 정신과 병동에서 치료받는 게 어떻겠냐고 말을 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비겁한 경찰관들이 경찰 조직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법이 허용하는 최고의 벌을 내려주길 애원하고 당부한다”며 “사건 이후 집안은 아수라장이 됐는데 경찰관들이 제발 중벌을 받아서 우리 가족이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을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A 전 경위와 B 전 순경은 2021년 11월15일 인천시 남동구 빌라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해 부실하게 대응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빌라 4층에 살던 D(50·남)씨가 3층 거주자인 4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두를 때 범행을 제지하지 않거나 현장을 이탈했고, 피해자는 흉기에 목을 찔려 뇌수술을 받았다.

 

사건 발생 후 A 전 경위와 B 전 순경은 성실의무 위반 등으로 해임됐으며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C씨는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