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음주 운전 사고 현장에서 적발되고도 운전자 바꿔치기로 발뺌하며 처벌을 피하려 한 40대 남성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사건을 불송치한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했으나 시정되지 않자, 송치를 요구해 이 운전자가 지인에게 범인 도피를 교사한 점을 밝혀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최나영)는 A씨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운전), 범인 도피 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50대 남성 B씨는 범인 도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지난해 초 음주 운전을 하고, 지인인 B씨에게 “운전자라고 경찰에 진술해 달라”고 부탁해 B씨가 허위 진술을 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1월 A씨는 퇴근 시간대에 경기 화성시에서 연석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행인의 112 신고로 현장에 뒤늦게 출동한 경찰이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한 결과, 면허 취소 기준인 0.08%가 넘는 0.086%에 달했다.
그런데도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운전자가 따로 있다”고 주장하며 B씨를 지목했다. B씨는 그해 4월 경찰에 출석해 “내가 운전자”라며 “사고 후 먼저 귀가했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에 대해 경찰은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B씨가 현장에 없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찰에 B씨의 휴대전화 통화 발신지 등을 확인해 보라는 취지로 재수사를 요청했다. 그 결과 B씨가 사고 당시 현장에서 휴대전화로 통화하거나 데이터를 사용한 기록은 없었다. 경찰은 지난해 8월 불송치 결정을 유지했다.
검찰이 경찰에 송치를 요구해 직접 수사한 끝에 사건 전모가 밝혀졌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검찰은 A씨와 B씨를 조사해 두 사람에게 자백을 받아 냈다. B씨는 범행을 부인하다가, 휴대전화 압수·분석 결과 사고 당시 다른 곳에 있었던 점이 드러나자 시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 증거를 봤을 때 음주 운전 자체는 기소하면 유죄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에 송치를 요구했다”며 “A씨와 호형호제하는 사이인 B씨는 A씨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음주 운전 전과가 있었다. 검찰은 법원에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 지난 4일 영장이 발부됐다.
검찰이 경찰에 재수사 사건의 송치를 요구하는 건 일반적이진 않다. 대통령령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에 따라 검사는 경찰이 재수사 결과를 통보한 사건에 대해 다시 재수사를 요청하거나 송치를 요구할 수 없다. 다만, 경찰 재수사에도 관련 법리에 위반되거나, 송부받은 관계 서류·증거물과 재수사 결과만으로도 기소할 수 있을 정도로 명백히 채증 법칙에 위반되거나, 공소시효나 형사소추 요건을 판단하는 데 오류가 있어 사건을 송치하지 않은 위법 또는 부당이 시정되지 않은 경우엔 송치를 요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