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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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후 처음 5·18 민주묘지 찾은 文 “전우원 못 만날 이유 없다”

“재임 시절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개정안 제출했지만 국회서 제대로 심의되지 않아. 정치인 노력 계속해야” 당부도
문재인 전 대통령(앞줄 왼쪽)과 부인 김정숙 여사(〃 가운데)가 5·18 민주화 운동 43주기를 맞아 17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 헌화 분향 후 묵념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퇴임 후 처음으로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를 만날 계획을 묻는 질문에 “특별한 계획을 갖고 있지 않지만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제4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하루 앞둔 17일 부인 김정숙 여사, 강기정 광주시장과 함께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영령을 추모했다.

 

참배 전 방명록에는 “5·18 민주정신이 언제나 우리 곁에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참배단 앞에 선 문 전 대통령은 시종일관 입을 굳게 다문 엄숙한 표정으로 헌화, 분향, 묵념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7일 오전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의 묘지 내 고 이한열 열사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공식 참배를 마친 문 전 대통령은 고교생 시민군으로 활동하다 숨진 문재학 열사의 묘소를 찾았다. 문 열사는 광주상고 1년 재학 중 최후 항쟁이 벌어진 옛 전남도청을 사수하다 계엄군의 총탄에 숨졌다.

 

무릎을 굽혀 묘비를 어루만진 문 전 대통령은 문 열사를 모티브로 쓰인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언급했다.

 

5·18 묘역 참배를 마친 문 전 대통령은 민족민주열사묘역을 찾아 이한열 열사 묘소 등을 찾았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5·18 민주항쟁에 크게 빚졌다”며 “전 국민이 오늘날 민주주의를 이렇게 누리는 것도 5·18 항쟁의 헌신과 희생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5·18 기념일을 앞두고 퇴임해 참배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는데, 오늘 참배하게 돼 뜻깊다”며 “우리 국민이 다 함께 5·18 민주항쟁의 의미를 새기며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에 대해서는 “제가 재임 중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는 개정안을 제출했는데 국회에서 제대로 심의가 되지 않아 국민투표까지 가지 못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정치인들이 더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5·18단체 등과 오찬을 함께 했고 이후 광주 비엔날레 전시관을 관람이 예정됐다.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맨 앞)씨가 17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중항쟁 제43주년 추모식에 참석해 헌화하고 있다. 공동 취재사진

 

이날 전우원씨도 광주를 찾아 43주년 추모식에 참석했는데 이는 전씨 일가 중 최초로 5·18 추모식에 참석한 것이다.

 

지난 3월 31일 이후 47일만에 다시 광주를 찾은 전씨는 이날 “소중한 자리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