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英 인구학 권위자 “2750년엔 한국 소멸할 수도 있어… 저출산 경제지원으로 해결 못해” [차 한잔 나누며]

인구학 권위자 英 콜먼 교수 방한

“인구정책 성공한 영미·유럽권
성 평등·노동문제 정책 참고를
기업 근로시간 단축 장려하고
비혼 출산 등 다양성 인정해야”

“한국이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가에 대해선 확실하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저출산 문제가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한국을 ‘인구소멸 1호 국가’로 경고한 세계적인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한국을 찾았다. 콜먼 교수는 민간 비영리연구기관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초청으로 17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저출산 위기와 한국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후에는 기자들과 만나 “한국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달성했지만 그 대가로 이를 물려줄 다음 세대가 없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데이비드 콜먼 교수가 17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학술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콜먼 교수는 2006년 유엔 인구포럼에서 한국의 가파른 저출산·고령화 추세를 거론하며 한국이 1호 인구소멸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방문때마다 한국의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다고 운을 뗀 콜먼 교수는 “한국이 2750년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있다”고 전했다.

 

콜먼 교수는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저출산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성공적인 인구정책을 시행한 국가들이 무엇을 하는지를 살펴보고 반영할 수 있는 걸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가 거론한 인구정책 성공 국가는 영국과 뉴질랜드, 캐나다, 호주, 프랑스, 덴마크, 미국 등이다. 그는 “북서부 유럽과 영미권의 공통점은 구체적인 저출산 정책이 따로 없다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성 평등을 강조하고 노동, 직장 환경이 전반적으로 양호하다”고 전했다.

 

윤석열정부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 중 하나는 이민 정책의 확대다. 법무부는 상반기 중 이민청 신설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며 외국인 행정정보 통합관리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콜먼 교수는 특히 이민 정책은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고령화의 원인이 이민이 아니기에 한국 사회의 저출산 문제를 이민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개혁도 저출산 문제 극복에 도움이 된다. 출산율 반전을 위해 민간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콜먼 교수는 “기업이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과중한 업무를 덜어주는 것이지만 생산성과 수익이 줄어들 수 있기에 기업은 원치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 시간 역시 문제라며 “현 정권에선 가능 근로시간을 상향하는 움직임이 있는데 정시 퇴근 문화 등 회사가 직원들에게 일을 더 적게 하라고 장려하는 동시에 여성에게 동등한 취업과 승진 기회를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의 사교육열에 대해선 “부모가 아이에게 쏟는 과도한 시간이 일과 가족 사이의 균형을 깨고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교육이든 복지든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국가가 양육을 책임지는 일관된 정책을 시행한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한 여러 방안 중 콜먼 교수가 가장 강조한 부분은 ‘문화적 변화’다. 그는 저출산 문제는 출산율 지표나 이민정책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넓은 범위의 가족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비혼 출산’과 같이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의 선별적 난임 지원에 대해서는 “전 국민이 우려하는 문제인데 소득 차등 지원을 이해하긴 어렵다”며 “출생률이 줄어드는 상황에선 모든 난임 부부를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콜먼 교수는 18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국제 사례로 보는 인구문제’를 주제로 강연한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