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통방회의)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장에서는 현재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예상에 부합하는 데다, 경기 둔화 우려를 고려할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역대 최대 수준인 한·미 금리 차가 변수로 꼽힌다.
17일 한은 등에 따르면 금통위는 오는 25일 통방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지난 2월과 4월에 이어 3회 연속 현행 금리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이 경우 시장에서는 사실상 금리 인상기가 끝났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윤지호 BNP파리바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금통위가 통방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이창용 한은 총재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 인상을 멈춘 채 물가 추이를 보겠다는 한은의 기조에 맞게 물가상승률이 안정되고 있다는 점이 동결 결정을 내릴 첫 번째 요인으로 꼽힌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를 기록해 1년2개월 만에 3%대로 진입했다. 최근 악화하는 경기 상화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0.3%)은 민간소비 활성화 영향으로 겨우 플러스 전환한 데다, 3월 경상수지는 배당소득에 힘입어 2개월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점차 회복 중인 경기에 금리 인상으로 찬물을 끼얹지는 않으려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반면 역대 최대 수준(1.75%포인트)인 한·미 금리 차는 금리 동결을 결정하는 데 부담이 될 수 있다. 금리 차 확대는 일반적으로 원화 약세와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진다. 환율도 상승 국면이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연준 인사들이 매파적 발언을 이어가면서 이날 장중 연고점을 경신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연준이 다음달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할 경우 한·미 금리 차는 2%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다만 시장은 다음달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다음달 연준의 금리 동결 가능성을 79.8%로 봤다.
한은은 기계적으로 한·미 금리 차를 좁히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차에 대해 “금리를 통해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환율 변동성이 클 경우에는 금리뿐 아니라 여러 다른 정책을 통해 반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은의 3연속 금리 동결 가능성이 우세하다는 예상에 시장의 이목은 인하 시점에 쏠리고 있다. 이번 금통위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지난달에는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고도 말했다. BNP파리바은행은 한은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내년 1분기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번 금통위부터는 박춘섭 대한체육회 사무총장과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금통위원으로 합류한다. 이들의 성향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