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는 지난 2008년 아랍에미리트(UAE)의 석유 부자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얀이 인수한 이후 ‘오일 머니’를 앞세워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하며 전력을 강화했다. 경기장을 새로 짓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만수르 구단주가 인수하기 전 리그 우승 횟수가 2회에 불과했던 맨시티는 2011∼2012시즌 44년 만에 우승의 꿈을 이뤘고, 이후 5차례 더 우승을 차지하며 EPL에서 ‘왕조’를 구축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아쉬운 것이 있었다. 바로 ‘유럽 챔피언’의 자리다. 맨시티는 유독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와 인연이 없었다. FC바르셀로나(스페인)에서 UCL 우승을 두 차례나 이룬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이 2016년 지휘봉을 잡았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2020~2021시즌 유일하게 올랐던 결승에서는 첼시에 무릎을 꿇으며 준우승에 그쳤다. 맨시티가 ‘디펜딩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를 꺾고 다시 한 번 결승에 오르며, 이루지 못했던 UCL 챔피언의 자리를 노린다.
맨시티는 18일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 UCL 준결승 2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4-0으로 완파, 1∙2차전 합계 5-1로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맨시티는 ‘밀라노 더비’에서 AC밀란을 꺾고 결승에 선착한 인터밀란(이탈리아)과 다음 달 12일 우승컵을 놓고 맞붙는다.
맨시티는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징크스’를 완벽하게 깼다. 맨시티는 2015∼2016시즌과 지난 시즌 모두 4강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막힌 아픈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번엔 시종일관 레알 마드리드를 압도하며 설욕에 성공했다. UCL 최다 우승 기록을 가진 레알 마드리드를 자신 있게 꺾으며, 이제 UCL ‘DNA’는 맨시티도 갖게 된 모습이다.
이날 맨시티는 베르나르도 실바가 빛났다. 전반 23분 실바는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더 브라이너의 절묘한 침투패스를 받은 실바는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앞서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의 슛팅을 두 차례 막은 ‘수문장‘ 티보 쿠르투아도 손 쓸 수 없었다. 이후 전반 37분 실바는 골대 앞 혼전 상황에서 침착한 헤더슛으로 멀티골을 완성하며 점수차를 벌렸다. 맨시티는 후반 31분 프리킥 상황에서 아칸지의 득점과 함께 추가시간 알바레즈의 축포까지 터지며 대승을 자축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구단 역사상 UCL 단일 경기 최다골 차 패배라는 수모를 겪었다.
맨시티는 이번 시즌 ‘트레블’ 위업을 향해 달리고 있다. 리그에선 1승만 추가하면 자력으로 리그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으며, FA컵 결승에도 올라가 있다. EPL 구단이 UCL 우승을 포함한 트레블을 이룬 것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끌던 1988∼1999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맨시티가 이번 시즌 트레블을 달성할 경우 의심의 여지 없는 ‘명문 구단’이 탄생하게 된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 시즌 레알 마드리드에 패배해 너무 고통스러웠으나 오늘 벗어날 수 있었다”며 “트레블에 더 가까워졌다. 즐거움과 기쁨이 반복되는 시즌이다. 우리를 지켜보는 전 세계의 팬들도 행복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