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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화재 현장 뛰어가 주민들 구한 ‘인천 의인’…“부끄럽네요. 좋은 일 했으면 된 거죠”

‘인천 의인’ 주민들 피신 돕다 연기 흡입해 병원 치료
치료비 50만원 상당 전액자비로.. “돈 바라고 한 거 아니다”
인천 빌라 화재 사고 당시 주민 8명을 구한 '인천 의인' 조인수 씨(39). 사진=조인수 씨 제공

“아내가 다음엔 수건으로 입이라도 가리라네요”

 

인천 빌라 화재 사고 당시 이웃 주민들의 소중한 생명을 구한 ‘인천 의인’은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묻는 기자 질문에 쑥스럽다는 듯 이같이 말했다.

 

19일 세계일보와 만난 조인수 씨(39)는 지난달 4월 4일 오전 10시반 쯤 자신이 운영하는 카센터 인근(인천 미추홀구) 빌라에서 화재를 목격했다.

 

당시 그는 카센터로 출근해 업무를 보던 중 어디선가 지독한 냄새를 맡게 됐다.

 

처음 그는 별일 아닌 거로 생각해 업무에 집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냄새는 더욱 지독해졌고 인근을 살펴보던 중 이웃한 빌라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을 알게 됐다.

인천 미추홀구의 한 빌라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4일 촬영. 사진=조인수 씨 제공

조 씨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노인 세대가 많이 거주하는 곳이었다.

 

조씨는 화재 목격 직후 119에 신고했다. 소방의 출동은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한 그는 더욱 짙어지는 연기와 치솟는 불기둥을 보고 망설임 없이 화재 현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위험하다’고 느낀 조씨의 판단은 정확했다. 빌라 계단은 이미 짙은 연기로 가득 차 있었고 집안에는 갑작스러운 화재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주민들이 있었다.

 

건물에 진입한 그는 유독가스로 가득찬 1층부터 5층까지 맨몸으로 뛰어다니며 어르신 등 8명을 무사히 대피시켰다.

 

다행히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대피 과정에서 연기를 흡입한 주민들은 고통이 호소해 병원으로 실려 갔다.

 

또 구조 과정에서 다량의 연기를 흡입한 조씨도 가슴의 큰 통증을 느껴 병원으로 이송됐다.

 

조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과 경찰은 화재 발생 약 5분쯤 지나 현장에 도착해 화재를 진압했다.

지난달 4일 인천 미추홀구에서 발생한 빌라 화재 현장 사진. 사진=조인수 씨 제공

병원으로 응급 이송된 조씨는 기도확장 등의 각종 응급 처치를 받고 나서야 퇴원할 수 있었다.

 

그는 “극심한 가슴 통증과 함께 기침이 계속 나왔다”며 “주민들을 대피시킨 후 더는 버티지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소방에 따르면 화재 발생 시 유독가스는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 중 하나로 가스 흡입으로, 기절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전해진다.

 

자칫 다량의 유독가스를 흡입해 본인의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조씨는 안전장치 하나 없이 구조 활동을 벌인 것이다.

 

조씨는 “화재 후 약을 1달 이상 먹었지만 가슴 통증이 심해 힘든 시간을 보냈고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면서도 “좋은 일 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와이프는 제 성격상 위험하니 하지 말라고 해도 또 하겠지만 다음엔 수건으로라도 얼굴을 가리는 등 안전장치라도 하고 뛰어들라고 말했다”며 “걱정시킨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씨는 사고 후 발생한 약 50만원 상당의 치료비 등을 모두 자비로 해결해야만 했다.

 

이에 대해 그는 “금전적 보상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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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