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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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그들이 바라는 건 우리가 지치는 것”…후쿠시마 시찰단 방일 앞두고 대정부 공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확실한 건 일본 정부가 위험한 물질이라 생각해 바다에 버리는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인근에서 열린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전국 행동의 날’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후쿠시마 원전 시찰단의 5박6일 일정 방일을 하루 앞둔 20일 정부가 국민의 안전부터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시민사회 단체 모임인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주최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전국 행동의 날’ 집회 무대에 올라 “그들이 바라는 것은 바로 우리가 지치는 것”이라고 소리 높여 외쳤다.

 

이 대표는 “패악질을 그치지 않고 나라살림을 어떻게 할지를 말하지 않고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지를 말하지 않고, 오로지 정쟁으로 야당의 발목을 잡고 국민에게 피해 가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것은 우리가 지치라고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처럼 말하기 전 국가란 무엇이고 대통령은 무엇을 하는 자리이며 정치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봤다고 언급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설계하며 국민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게 국가의 역할이라면서다.

 

이 대표는 “누가 뭐라고 말한들 1리터가 아니라 10리터를 매일 마셔도 괜찮다고 영국 전문가가 헛소리를 한다고 해도 확실한 것은, 일본 정부 스스로 쓸모없고 위험한 물질이라고 생각해서 (오염수를) 바다에 가져다 버리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는 방사선·핵물리학 전문가인 웨이드 앨리슨(82)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지난 15일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원자력학회가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후쿠시마 앞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한 1리터 물이 내 앞에 있다면 마실 수 있다”고 말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앨리슨 교수는 나흘 뒤 국민의힘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가 주최한 ‘방사능 공포 괴담과 후쿠시마 간담회’에서도 ‘오염 처리수를 마시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나’라는 질문을 받고 “똑같이 그렇게 할 의사가 있다”며 “(그보다) 10배 정도의 물도 더 마실 수가 있다”는 말과 함께 TV에도 나가 마실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방사선과 핵물리학 분야를 40년 이상 연구해온 학자인 그는 2009년 발표한 저서 ‘공포가 과학을 집어삼켰다’ 등을 통해 방사선의 위험성이 과장됐다는 주장을 꾸준히 펴고 있다.

 

이 대표는 “오염수가 아니라 처리수라느니, 시료 채취가 필요없다느니, 식수로 먹어도 괜찮다는 사람 불러다가 그 아까운 돈 들여서 헛소리 잔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을 내다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이 정밀 분석을 위한 오염수 시료를 채취하지 못하는 점 등을 짚어 비난한 것으로 해석됐다. 정부는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이미 지난해 원전 오염수 시료와 후쿠시마 바닷물 시료를 받아 확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주어진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우리가 나아갈 길을 향해서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며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는 말로, 앞으로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등과 연계해 방류 저지에 힘쓰고 대정부 비판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같은 당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후쿠시마 오염수를 구경만 하고 돌아올 가능성이 높은 시찰단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가 밝힌 시찰 일정은 일본 관계기관과 기술 회의 및 질의응답,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관리 실태 확인이 전부”라며 “정부는 다핵종제거설비를 집중적으로 보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방류된 오염수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검증도 못하고 시설 구경이나 하고 돌아올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오염수 구경이나 하고 돌아오는 시찰단이 어떻게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겠냐”면서, “정부는 우리 국민 안전부터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