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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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 '노숙집회' 계기 물대포 부활하나

2015년 '백남기 사건' 계기로 전량 폐차
박대출 "물대포 없어 난장 집회"…경찰은 "부활 계획 없어"

16∼17일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총파업 결의대회와 관련해 시위 진압장비인 살수차(물대포)를 다시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건설노조의 집회를 언급하며 "물대포를 없애고 수수방관하는 물대응으로 난장 집회를 못 막는다"며 "불법집회 하는 사람들을 제 식구 보듯 하던 이전 정부와 달라졌음을 분명히 알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7일 출근시간대 시민들이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전날 밤 총파업 결의대회 후 노숙하고 있는 민주노총 건설노조원들을 지나치고 있다. 연합뉴스

불법시위에 공권력이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는 취지였으나 이에 야당에선 당장 반발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민주당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박 의장이 오늘 국민을 향해 물대포를 쏘라고 선전포고했다"며 "고(故) 백남기 농민이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돌아가신 일을 모두 잊은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또 이번 건설노조 집회와 노숙 과정에서 허가되지 않은 도로 점거 등 불법 행위가 있었으나 경찰과의 과격한 충돌이나 폭력 행위는 사실상 없었던 만큼 살수차 부활을 언급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살수차는 단순히 '시위 진압장비' 중 하나로 인식되지 않는다.

김 대변인이 언급한 대로 살수차는 '백남기 사건'으로 시위 현장에서 사라졌다.

백남기씨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 살수차가 쏜 강한 물줄기에 머리 등에 부상을 입고 10개월 동안 의식불명 상태에서 치료받다 이듬해 9월 사망했다.

경찰은 이후 집회현장에서 살수차를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가 2021년 남은 살수차 19대를 전량 폐차했다.

지난 19일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1월 심각한 수준의 소요사태에만 살수차를 쓸 수 있도록 '위해성 경찰장비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면서 더는 살수차를 동원해 집회 진압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박 의장의 주장처럼 살수차를 과거처럼 집회에 동원하려면 관련 규정을 개정한 뒤 살수차를 새로 구입해야 한다.

살수차 사용을 결정해야 하는 당사자인 경찰은 아직 이에 부정적이다.

집회 참가자 사망 사건까지 있었던 터라 경찰로서도 살수차 부활에 아무래도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찰청 관계자는 20일 "현재 경찰이 가지고 있는 장비 및 장구 외에 살수차나 비슷한 위력을 가진 장비나 장구를 사용할 계획은 없다"며 "추후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집회 대비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살수차를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당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불법집회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악화하는 만큼 경찰로서도 이런 외부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이같은 방침이 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