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역대급 무더위라는데"… '역대급' 전기료 되나 자영업자들 울상 [미드나잇 이슈]

“올 여름은 역대급 무더위라는데, 전기료도 올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서울 종로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 박모씨는 이번 여름이 걱정이다. 최근 물가가 오르며 직장인 발길도 뚝 끊겼는데, 전기료가 인상돼 여름 냉방비도 더 오를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는 “손님이 한명만 오더라도, 여름엔 거의 12시간 에어컨을 틀어야 한다”며 “작년 7월(220만원)보다 전기료가 많이 나올 거 같아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15일 서울 시내 주택밀집지역 내 관계자가 전기요금 고지서를 들고있는 모습. 뉴시스

그뿐만이 아니다. 1020세대의 대표적인 여름 피신처인 PC방 점주들도 울상이다. 서울 영등포에서 PC방을 운영 중인 이모씨는 “시원한 PC방이 아니면 손님들은 근처 다른 PC방으로 발길을 돌리기 때문에 24시간 냉방기를 가동한다고 보면 된다”며 “작년 여름엔 350만원 정도의 전기요금을 냈는데, 올해 인상분을 더하면 얼마를 내야 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면서 때 이른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소식을 접한 자영업자들은 깊은 시름에 빠졌다. 예년보다 일찍 냉방기기를 틀어야 하는데, 전기요금은 약 5.3% 인상됐기 때문이다. 평년보다 이른 여름을 준비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에겐 우려가 앞선다.

 

◆엘니뇨에 슈퍼 무더위 예상...전기료는 인상

 

21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여름철(6~8월)은 초반부터 무더울 것으로 전망된다.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가능성이 큰데, 여기에 3년 만에 찾아올 엘니뇨는 기후변화 영향 등으로 시작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전례 없던 폭염이 찾아올 수 있다. 태평양 동부와 중부의 해수 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 영향으로 북부와 중부의 폭염이 극심해지고 강우량은 적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마포구 홍대에 위치한 의류 브랜드 매장이 개문냉방 영업 중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특히 6월 중순(12~18일)과 하순(19~25일)의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각각 40%, 50%로 나타났다. 기온이 평년을 밑돌 확률은 각각 20%, 10%로 나타나 가능성이 낮은 걸로 예측됐다. 지난달 24일 공개된 3개월 기상전망에는 6월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40%, 평년보다 낮을 확률이 20%였다.

 

여기에 한국전력은 악화된 재정상황을 고려해 2분기(4~6월) 전기요금을 ㎾h당 8원 올렸다. 지난해 4인 가구 평균 전력소비량인 월 332㎾h를 기준으로 하면 한 달 전기요금은 6만3570원에서 6만6590원으로 3020원 오르게 된다. 전기요금 뿐만이 아니다. 한국가스공사의 가스요금도 MJ(메가줄) 당 1.04원 올라 평균 사용량인 3.861MJ 기준 월 4400원이 인상된다.

 

한전은 “이번 전기요금 인상은 지난 1월 반영하지 못한 지난해 연료비 증가분 중 일부를 반영한 것”이라며 “올 1분기에도 6조2000억원 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하면서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전기요금 인상에 에어컨 대신 선풍기 사용

 

누적적자 45조원에 달하는 한전의 재정을 정상화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당장 오른 전기료를 감당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식당과 PC방 뿐만 아니라 대부분 손님을 받는 전업종이 냉방과 전기요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함. 연합뉴스

이미 이번 달 초부터 에어컨을 틀기 시작했다는 대구 수성구 한 입시학원 원장은 “요즘 학생들은 공부하는데 습도와 온도에 민감하다보니 에어컨을 틀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여름은 유독 더워진다는 전망이 많아 걱정이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기차주들도 전기요금 인상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 발표와 함께 전기차 충전소의 충전요금도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이미 충전요금이 20% 넘게 오른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으로 충전요금이 오를 경우 화물운송업에 종사하는 전기트럭 기사들에게 치명적이다. 2년째 전기트럭을 몰고 있는 강모씨는 “지금 한번 충전할 때마다 1만2000원 안팎인데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충전요금도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며 “정부보조금과 저렴한 유지비 때문에 선택한 전기트럭인데 충전요금이 계속 오르면 굳이 전기트럭을 고집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에어컨 적정 온도나 저렴한 냉방기기를 알려주는 등 자구책을 공유하기도 한다. 또 시민들 스스로  전기료 절감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기 요금 인상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본적인 전기, 가스 요금 인상에 따른 생활비 부담도가 높아지고 더불어 요금 절감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실생활에서 강구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응답자의 66.4%(중복응답)가 하절기에는 사용하지 않는 조명을 소등하겠다고 밝혔고, 가전제품 플러그를 빼고, 멀티탭 스위치를 꺼두는(55.7%) 방법을 실천하는 경우도 많았다.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사용(55%)하는 경우도 많았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