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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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서 공사비 갈등…부동산 업계 “전엔 상상 못했던 시공권 포기 늘어날 듯”

정비사업 둘러싸고 시공사·조합 갈등 격화...건설업계 관게자 "이제 돈 되는 사업만 수주할 수밖에"
연합뉴스 

 

오는 7월부터 서울 시내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선정 시기가 현행 ‘사업시행 인가 후’에서 ‘조합 설립인가 후’로 앞당겨짐에 따라 알짜 정비사업의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건설사들의 ‘수주 전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다만 기존에 낮은 금액에 공사 계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하던 정비사업들은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갈등이 계속되며 곳곳에서 파열음이 일고 있다.

 

건설사들이 수익성이 예상되는 공사 수주에만 몰리고, 수익성이 낮은 곳은 사업 포기도 불사하는 등 정비사업 내에서도 양극화가 심화하는 모습이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서울시의 개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안'이 시행되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 시기가 현행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크게 당겨진다.

 

업계는 이 경우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 시기가 종전보다 최소 1∼2년가량 앞당겨져 시공사 보증으로 사업 초기부터 사업비 조달(대출)이 쉬워지고, 인허가 등 사업 절차도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공개 현황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가운데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곳은 116개 단지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7월부터 시공사 선정이 가능해진 것이다.

 

강남지역의 재건축 '대어'(大魚)로 꼽히는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지구를 비롯해 개포동 주공 5·6·7단지, 서초구 신반포 2·4·7·12·16·20차 등이 곧바로 시공사 선정이 가능해진다.

 

성동구 성수동 전략정비구역이나 용산 정비창 일대 등 강북의 인기 재개발 구역들도 조합설립인가 단계로, 7월 이후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서울지역 정비사업 수주에만 참여하고 있는 삼성물산을 비롯해 정비사업 강자인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는 최근 자체 정비사업 인력을 확대 보강하며 본격적인 수주전에 대비하고 있다.

 

일부 건설사들은 이미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인력을 파견해 조합을 상대로 사전 영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업계는 다만 서울시가 시공사 조기 선정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종전의 '내역입찰'을 유지하기로 함에 따라 준비기간으로 인해 조합의 시공사 선정 총회는 올해 말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내역입찰은 시공사의 일방적인 공사비 증액 등을 막기 위해 시공사 선정 때 설계와 함께 세부 공사 물량 내역을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서울시는 시공사 선정 당시 설계부터 자재 조달, 시공까지 일괄 책임지도록 하는 턴키 방식의 입찰도 허용할 방침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서울 알짜 단지 수주에 주력하는 것은 최근 자재비와 인건비 급등으로 공사비가 30% 가까이 오른 것도 주요 원인이다.

 

현재 수도권과 지방의 신규 공사비 계약 단가가 3.3㎡당 500만∼600만원대에 책정되는 반면, 서울은 이미 3.3㎡당 700만원을 넘어섰다.

 

최근 정비구역 지정안을 고시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재건축 공사비를 3.3㎡당 700만원으로 책정해 일반분양가 추정액을 3.3㎡당 7천700만원으로 산정했다.

 

그런가 하면 현재 조합이 책정한 공사비가 낮아 수익성이 떨어지는 곳은 건설사들이 달려들지 않아 시공사를 찾는 데 애를 먹는 곳도 있다.

 

과거에 건설사와 조합이 낮은 금액에 시공 계약을 체결한 곳은 최근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며 곳곳에서 사업 차질을 빚고 있다.

 

건설업계는 오른 공사비 반영이 쉽지 않은 곳은 수주에 참여하지 않고, 이미 수주한 단지에서도 건설사 스스로 시공을 포기하는 곳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는 앞으로 서울의 대단지 등 사업성이 밝은 곳은 건설사의 수주 경쟁이 치열하고 자잿값과 인건비 감당이 힘든 지방이나 일부 수도권은 건설사들이 외면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