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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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일 정상 위령비 참배, 과거사 넘어 미래로 가는 계기로

尹·기시다 “핵 위협 함께 대응 의미”
한·미·일 정상 북핵 대응 공조 강화
서방국 중시하되 중·러도 배려해야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하고 있다.   히로시마=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어제 일본 히로시마 평화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했다. 한·일 정상의 공동참배는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의 용기 있는 행동이라며 “한·일 협력이 심화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도 “한·일 관계에서도,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대통령실은 “두 정상이 가슴 아픈 과거를 직시하고 치유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실질적인 후속 조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두 정상의 참배에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10명이 함께 자리한 것도 의미가 크다. 1945년 미국의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후 한국인 원폭 피해자 7만명 중 겨우 생존한 3만명은 지난 78년간 부상과 후유증, 피폭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로 고단한 삶을 살아왔다. 윤 대통령은 “고국이 함께하지 못했다”고 깊이 사과했고, 피해자들은 “늦었지만 기쁘다”고 반겼다. 권준오 한국원폭피해특위 위원장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이정표, 첫걸음”이라 했는데 많은 공감을 자아낸다. 한·일 정상은 진정성 있는 태도로 얽히고설킨 과거사 매듭을 풀고 미래로 나아가길 바란다.

윤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 참석해 북핵에 대응하는 국제공조를 다진 건 주목할 만하다. 윤 대통령은 어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한 3국 공조와 협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G7 정상들도 공동성명에서 “북한은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추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자제해야 한다”며 “무모한 행동은 강력한 국제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명에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규탄하고, 힘에 의한 대만 현상변경을 노리는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중국은 “강렬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명하고 러시아도 “우리를 상대로 한 선전포고에 확고히 대응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미·중 사이에 끼인 한국으로서는 정교하면서도 창의적인 외교가 절실한 때다. 중·러는 북핵뿐 아니라 경제 분야도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윤 정부가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를 외교의 골간으로 삼되 대중·러 외교도 소홀히 해선 안 될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윈윈’ 차원의 실리를 모색하고 있지 않은가. 우크라 문제에 민감한 러시아도 배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