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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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 위령비 참배·연쇄 정상회담…尹대통령, G7외교행보 마무리

2박3일 히로시마서 양자·다자회담 촘촘…'안보 협력'·'기여외교' 부각
한일·한미일 外 G7·참관국 정상들 만나…젤렌스키 회담은 '가치 연대' 상징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윤 대통령은 G7 참관국 정상 자격으로 2박 3일간 히로시마에 머무르며 한일·한미일·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 등 굵직굵직한 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아울러 한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히로시마 원폭 피해 동포들을 만나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첫 공동 참배하기도 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1일 히로시마 공항에서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은 방일 마지막 날인 이날 오후 열렸다.

윤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총리가 함께 머리를 맞댄 것은 지난해 9월 스페인 마드리드,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한일 관계 개선을 물꼬로 한미·한미일 관계가 강화된 흐름이 반영된 행보다.

정상회담에서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역내 공급망 불안정 등 위기 공동 대응방안이 논의됐다.

윤 대통령은 앞서 오전에는 기시다 총리와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번영과 평화를 위한 양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일정상회담은 지난 7일 서울 회담 이후 2주 만이자 올해만 세 번째 열린 것으로 '셔틀 외교'를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공고화하는 양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방한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신 총리의 용기와 결단은 매우 소중한 것"이라고 했고, 기시다 총리는 세 번째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한일관계의 진전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깜짝 회담'도 열렸다.

당초 예정에 없었지만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히로시마를 전격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21일 오전 막판에 결정됐다.

두 정상 간 회담은 이번이 처음으로, 자유 진영 국가들과 '가치 연대'를 전면에 내세운 윤 대통령 외교 기조와도 맞닿은 만남으로 해석된다.

이번 방일에서 또 하나 주목받은 장면은 히로시마 동포 원폭 피해자와 만남이었다.

윤 대통령은 방일 첫날인 19일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히로시마 원폭 피해 동포들을 만나 "정부를 대표해 어려울 때 함께하지 못해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서울로 돌아가는 21일 아침에는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최초로 공동 참배했다.

이 자리에는 10명의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이 뒤에 앉아 참배를 지켜봤다.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정상이 한일 과거사를 직시하고, 말 위주가 아닌 실천으로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호주·베트남(19일), 인도·영국(20일), 일본·코모로·인도네시아·한미일(21일) 등 총 8개의 연쇄 정상회담을 가졌다.

자국의 홍수 재난 상황으로 조기 귀국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는 20일 약식 환담을 했다.

방일 전후로 서울에서 캐나다·독일·유럽연합(EU) 정상회담이 치러졌거나 예정된 만큼 사실상 프랑스를 제외한 G7 국가 대부분과 대좌하는 셈이다.

대통령실은 G7 정상회의 기간 경제 분야 성과도 부각했다.

특히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세계 인구 1위인 인도, 우리나라 제3대 교역국인 베트남, 핵심 광물 부국인 호주 등 인도·태평양 지역 핵심 국가들과 양자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협력 심화를 위한 교두보를 구축하려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히로시마 그랜드 프린스 호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확대세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통해 전기차·배터리·원전·방위산업까지 협력 수준을 고도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다자회담에서는 한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G7과 협력해 이른바 A(Agriculture·농업), B(Bio·바이오), C(Climate·기후) 분야에서 취약국과 개도국을 지원하겠다고 한 약속을 강조했다.

핵심 광물, '농업·바이오·기후'(ABC), 인도·태평양 등 3대 키워드로 요약되는 분야의 비전을 제시하고, 한국의 협력을 약속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세부적으로는 ▲ 식량 위기 국가에 쌀 지원 10만t으로 확대 ▲ K라이스 벨트(한국형 쌀 생산벨트) 구축 사업을 통한 아프리카 빈곤국 쌀 생산 지원 ▲ 감염병혁신연합(CEPI)에 2천400만 달러 규모의 공여 ▲ G7 기후클럽 참여 및 탈탄소 협력 등의 구상을 밝혔다.

이른바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G7 국가들과 '기여 외교' 보조를 맞춰 경제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부각하고 국제 외교 무대에서 연대를 강화하려는 전략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연합>